정몽구 회장 “현금 있다 … 할인해서라도 해외 공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현금 여력이 있으니 가격 할인 등을 더 해서라도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자.”

정몽구(얼굴)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지난주 초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해외영업본부장 회의에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할 수밖에 없지만 이것을 기회로 삼아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의 현금 자산은 3조∼4조원에 달한다. 현금이 많지만 지난해 12월 말에는 35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도 2년 만에 발행했다. 운영자금을 두둑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빅3 자동차가 자금난으로 허덕이는 상황과 대조된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북미·유럽 지역의 딜러 판매수당을 대당 1000∼2000달러까지 추가 지원하라고 재경본부에 주문했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부터 딜러마다 그랜저·오피러스를 사는 고객에게 베르나·프라이드 등을 공짜로 끼워주는 ‘1+1’ 마케팅을 북미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쏘나타·싼타페는 3000달러까지 할인해 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 11월 원화 가치가 급락할 때도 이를 이용해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수출을 늘렸다. 현대·기아차는 품질 대비 가격이 싼 소형차를 만들어 이번 기회에 해외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미·유럽뿐 아니라 믿었던 러시아·중동 등 신흥국가에서도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선전하고 있는 인도·러시아는 요즘 선진국 시장보다 더 어렵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장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0∼50%까지 줄었다. 이런 영향으로 올 1분기 해외 딜러의 주문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 줄었다. 이에 따라 이달 국내 공장 가동률(소형차 공장 제외)이 70%를 넘지 못한다.  정 회장은 그러나 이번 위기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해외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게 앞으로 다가올 호황에 대비하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이다.

김태진 기자

[J-HOT]

▶ '배터리 전쟁' 10년 앞선 일본, 바짝 추격했다

▶ "얼굴도장 꼭!" 워킹 홀리데이 선배들 8계명

▶ "초강력 태양 폭풍 온다…지구 막대한 피해"

▶ '12억 달러' 美 최신예 아지스함 지휘하는 한인

▶ 제네시스 쿠페 3.8 튜닝카 시승해보니…

▶ 도와준다는 中 해군에 대만 "됐다!" vs. "감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