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겪은 중수부 심재륜 부장 外風 바람막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3월24일 대검 중수부장에 취임한 심재륜(沈在淪.사진)검사장은“곁을 보지 않는 수사,앞만 보는 수사를 펼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그로부터 55일 뒤인 17일 대검 중수부는 현역 대통령의 차남을 구속했다.권력과의 마찰이 불가피했던 수사였지만 우여곡절끝에 김현철씨 구속에까지 이른 것이다.

沈중수부장은 부임 직후인 3월27일 전격적으로 정태수(鄭泰守)총회장 일가의 재산을 압류하고 정보근(鄭譜根)회장을 구속하면서“악마(鄭씨 일가를 지칭)와의 타협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정태수 리스트'공개를 요구하던 정치권은 검찰이 4월10일 전면수사 방침을 천명하자 노골적으로 검찰에 압력을 넣으며 반발했다.외압은 정치권에서만 밀어닥친 것이 아니었다.

경제계가“수사 장기화가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논리로 수사의 조기 종결을 요구하자 沈부장은“부정부패가 경제발전을 막아왔다”며 이를 일축했다.

이어 권력 핵심부가 전 청와대 경제수석들과 전.현직 은행장들에 대한 사법처리 불가 방침을 통보하며 수사 확대를 막기에 이르렀다.이른바'메모지 파동'으로 외압의 실체가 노출된 것이다.그러나 沈중수부장은“본질과 무관한 보도로 사면초가에 놓인 검찰을 더욱 힘들게 하지 말아 달라”고 언론에 호소함으로써 외압시비를 가라앉혔다.

검찰 수뇌부와 沈부장의 마찰은 검찰 안팎에서'수구파와 개혁파간의 싸움'으로까지 비유될 정도였다.한 수사검사는“수뇌부와 마찰이 생기면 중수부장이 직접 수뇌부를 설득한 뒤 부하 검사들에게 비장할 정도의 표정으로'난국일수록 검사는 법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독려했다”고 전했다.

권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