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고학력자들이 창업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회사에서 한창 일할 나이의 이들까지 명예·희망퇴직으로 직장을 잃으면서다. 과거 중·장년층이 주축이던 창업시장의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이달 마련한 외식업 등 4개 창업강좌의 신청을 받은 결과 30대가 33%로 가장 많았다. 50대 이상은 22%에 그쳤다.
센터의 김선희 선임상담사는 “예전엔 정년퇴직하고 창업하려는 분이 많았는데 요즘은 연령대가 확 젊어졌다. 예비 창업자의 주류가 30대와 40대 초·중반까지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을 30대로까지 확대하고 있어 창업시장을 찾는 젊은 층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대리나 초임 과장에 해당하는 8년차까지 폭을 넓혔다. 2007년 65명이던 희망퇴직자는 지난해 380명으로 늘었는데, 30%가 30대다. 서울시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지난해 창업강좌를 들은 197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30대가 39%로 가장 많았다. 학력별로는 4년제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54%로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정년퇴직자에 비해 젊은 명예·희망퇴직자들은 퇴직금이 적어 창업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생활 경험이 짧아 사업 아이템 결정에도 애를 먹기 일쑤다. 특히 생활비나 자녀 교육비가 많이 드는 시기여서 치밀하게 준비할 여유가 없다. 부족한 자금과 짧은 경험, 빠듯한 시간이라는 ‘창업 삼중고(三重苦)’를 겪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30대 퇴직자들은 창업 전선에서 고전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식품유통업체에 다니던 최모(37)씨는 지난해 8월 불황으로 회사에서 퇴직했다. 이후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도매로 중간 납품하는 사무실을 차릴 계획을 세웠지만 자금을 못 구하고 있다. 그는 “특별한 수입이 없이 월셋방에서 살고 있는데 담보가 없어 은행 돈을 빌리는 것은 꿈도 못 꾼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자금도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무실을 이미 얻었다는 증명을 내야 하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성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