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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1기가' 무료메일 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이 구글(www.google.com)을 주시하고 있다. 파워 유저일수록 관심이 크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메일 서비스인 G메일(gmail.google.com) 때문이다. 3월 말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G메일은 무료인데다가 메일 용량이 1기가바이트에 달한다. G메일이 정식 운영을 시작하면 계정을 선점하려는 네티즌들이 구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인터넷 도입 초기의 도메인 선점 경쟁과 비슷한 수준의 치열한 '클릭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글이란= 심상복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구글한다'(to google)는 말을 쓴다.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나기 전 그 사람에 대해 검색하는 것을 뜻한다. '구글댄스'란 말도 있다. 한 기업이 구글 검색순위의 상위권에 올랐을 때 기뻐서 춤을 춘다는 의미다. 인터넷 검색엔진의 정상에 오른 구글의 파워를 보여주는 신조어들이다.

구글은 1998년 스탠포드 대학원생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만들었다. 현재 80개 언어로 하루 평균 약 2억건의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며, 한달 방문자(중복방문 제외)는 4700여만명으로 MSN(4200)보다 많다. 지난해 매출 9억달러, 순이익만 1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인터넷 검색엔진이다.

▶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右)와 CEO로 영입한 에릭 슈미트(左)

구글의 강점은 빠르고 정확한 검색이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백, 수천개의 결과가 나타나지만 맨 앞에 보이는 30 ̄40개 가운데 원하는 정보가 있을 확률이 높다. 몇대의 서버가 아닌 수천대의 PC를 연결해 웬만한 검색결과는 0.2초 이내에 나온다. 여기에 '페이지랭크'라는 특허 기술을 적용해 500개의 변수를 검토해 네티즌들이 많이 보는 결과일 수록 앞에 표시한다. 다른 검색엔진처럼 광고비를 받은 기업 관련 사항을 검색 결과 앞쪽에 배치하는 경우는 없다. 두 창업자의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정신 때문이다. 덕분에 구글 홈페이지에는 그 흔한 배너나 플래시 광고 하나 없다. 13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구글은 미국에서도 가장 선망하는 직장 가운데 하나다. 호텔 출신의 주방장이 있는 회사 식당에서 공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하다 피곤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마사지실도 있다. 애완견과 함께 출근하는 것도 허용한다.

▶ 배너나 팝업광고가 전혀 없는 구글 사이트. 한글 윈도 사용자가 www.google.com으로 접속하면 한글 페이지인 www.google.co.kr로 자동 접속된다.

그렇다면 돈은 어디서 벌까. 검색 결과가 나타나는 페이지 옆에 '스폰서 링크'라는 텍스트 광고를 단다. 2001년 CEO로 영입한 에릭 슈미트가 마련한 이 시스템은 이용자가 검색한 분야와 관련된 사이트를 소개하는데다가 클릭할 때만 돈을 내기 때문에 기업들도 광고효과가 높다고 인정하고 있다. 최근 기업공개를 앞둔 구글의 기업가치는 200억 달러에서 최고 2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월가에서는 평가했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100억 달러에 사려고 했으나 두 창업자가 거절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이처럼 검색엔진의 최고봉인 구글이 1기가 무료 메일계정을 제공한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G메일은= 구글 메일은 용량이 크다. 지금까지 무료 메일계정 용량은 보통 10메가 ̄30메가바이트 정도에 그쳤다. 1기가바이트는(1000메가바이트)면 그 30 ̄100배의 용량이다. 구글은 "평생 메일을 삭제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한다. 이처럼 큰 용량을 관리하는데 구글의 검색기술을 활용한다. 인터넷을 검색할 때 처럼 검색어를 써 넣으면 원하는 메일을 순식간에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메일함을 여러개 만들어 종류별로 관리할 필요가 거의 없다. G메일은 홈페이지를 통해 "정리하거나 지울 필요가 없다"고 내세운다.

▶ 시범 서비스 중인 G메일의 실제 화면모습. 왼쪽 위 '검색' 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원하는 메일과 웹 문서를 찾을 수 있다.

G메일 시험서비스를 이용자들은 이같은 시스템이 매우 편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메일 보낸 사람을 클릭하면 그 사람과 주고 받은 메일을 모두 볼 수 있도록 한 기능이나 잘 작동하는 스팸메일 필터 등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음R&D 센터의 윤석찬 씨는 ZD넷 코리아에 올린 'G메일 일주일 체험기'에서 "스팸 메일이 엄청나게 날아오는 메일 계정을 자동으로 G메일로 포워딩하도록 설정해 놨는데, 스팸 필터링도 놀라울 정도로 완벽했다"고 적었다.

이는 G메일이 모든 메일을 미리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사람이 읽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메일을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이 인터넷을 검색할 때처럼 내용을 검색한다. 검색 결과 키워드에 따라 관련 광고를 메일 오른편에 보여주는 것으로 구글은 돈을 번다. 검색 과정에서 대량으로 발송하는 스팸메일은 자동으로 걸러진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메일은 '스팸 필터'로 메일을 읽어 걸러내지만 동시에 수많은 수신함을 열어보지 않으면 스팸메일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며 "구글은 많은 데이터 가운데서 패턴을 찾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G메일이 수백만개의 수신함을 관찰하고 패턴을 분류한다면 스팸을 걸러내는데 뛰어난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루에도 수백통의 스팸메일에 시달리는 유저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메일을 스캔하는 과정이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개인 정보를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구글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이미 영국의 소비자단체인 프라이버시인터내셔널(PI)은 "G메일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기만 하고 보안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구글을 믿으면 안된다"며 "사용자가 이 서비스에 동의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가장 큰 온라인 IT미디어의 하나인 ZD넷(www.zdnet.com)의 영국 기술분야 편집자 루퍼트 굿윈즈는 "지금까지 돌이켜보면 구글이 고객에게 위압적인 입장을 취한 적은 없었다. 물론 미래에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구글이 제아무리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지만 '우리는 악마요'라고 인정하는 조직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렇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것을 토대로 보면 구글의 태도는 긍정적인 것이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며 사기를 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수년간 훌륭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구글은 무죄추정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썼다. 기자도 이 말에 동의한다. 스팸만 차단해 준다면 구글이 내 편지를 다 읽어도 좋으니 당장 메일 계정을 신청할 것이다.

◇경쟁사 대응책 고심= G메일이 등장하면서 현재 4메가바이트의 메일 용량을 제공하는 미국 야후(www.yahoo.com)는 올 여름부터 100메가바이트로 용량을 늘릴 예정이다. 현재 약 20 ̄50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25 ̄100메가바이트의 저장 용량을 사용하고 있는 프리미엄 등록 사용자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무한대 용량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야후는 밝혔다. 무료 메일 분야 국내 1위인 다음(www.daum.net)은 이달부터 메일 용량을 현행 5메가바이트에서 100메가바이트로 늘렸다. 드림위즈(www.dreamwiz.com)는 지난 18일부터 무료 메일 용량을 30메가바이트에서 100메가바이트로 늘리고, 파일관리디스크를 128메가바이트 제공하는 등 총 228메가바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엠파스(www.empas.com)도 메일 100메가바이트와 웹하드 100메가바이트 등 200메가바이트를 제공한다. 이밖의 상위 포털사이트들도 메일 용량 증설 경쟁에 뛰어들 기세다.

더 위협적인 부분은 MS와의 경쟁이다. MS는 차기 OS인 '롱혼'에서 웹문서는 물론 이메일이나 PC에 저장된 파일, 문서까지 찾아주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MS가 500억 달러가 넘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검색시장까지 휩쓰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내장함으로써 인터넷 브라우저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던 넷스케이프를 격침하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또 자동으로 설치되는 윈도 메신저와 호환되는 MSN으로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자 ICQ나 AOL 메신저를 순식간에 능가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글이 일반 사용자로부터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광고를 통해 기업으로부터 돈을 벌기 때문에 MS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또 구글도 롱혼에 맞서 웹브라우저를 열지 않고도 PC에 저장된 파일이나 문서를 찾아주는 검색 툴인 '퍼핀'을 선보일 예정이다. 결국 G메일의 성공 여부는 검색 분야에서 구글이 MS보다 얼마나 우위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 G메일이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MS의 검색기능이 뛰어나다면 결국 사용자들은 익스플로러와 아웃룩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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