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누드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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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간의 알몸이 회화와 조각등 예술의 소재가 된 것은'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중 인체만큼 완벽한 것이 없다'는 확신에서부터 출발했다.하지만 대다수의 예술가들이 예술로 형상화하고자 했던 것은 있는 그대로의,혹은 눈에 보이는 완벽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어떤 것이었다.

고대의 예술가들이 하나의 누드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명의 모델을 동원한 것도 그 까닭이었다.그들은 개개의 모델로부터 완벽한'부분'을 선택해 그것들을 완벽한'전체'로 결합시키려 했던 것이다.작품은 남아있지 않지만 BC 5세기께의 그리스 화가 제욱시스는 이탈리아 남부 크로토네에서 가장 아름다운 5명의 여성을 모델로 해'비너스'를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16세기 독일 화가 뒤러는 한점의 누드작품을 만들기 위해 2,3백명의 누드모델을 탐구했다고 한다.

현대 누드작품의 예술성이 옛날에 비해 보잘 것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누드에 대한 예술가의 탐구정신이 크게 뒤떨어지는 탓이라 한다.하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누드모델의 위상이 옛날과 다르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다.코나 눈이나 입,또는 유방등 인체의 특정부위만을 소재로 제공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드모델의 그같은 위상변화는 물론 모델들 자신의'자부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누드작품의 소재로만 제공됐던 지난날과 달리 오늘날의 모델들은 그들의 알몸 자체가'예술'이라는 강한 신념을 갖기에 이른 것이다.지난해 여름 한 호텔에서'누드쇼'를 열었다가 검찰의 내사를 받았던 누드모델협회장의 항변이 흥미롭다.“누드쇼는 성적 충동의 유발만을 목적으로 한 스트립쇼와는 전혀 다른 예술적 퍼포먼스다.누드 그 자체를 예술적 안목으로 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옷을 벗을 용의가 있다.” 일시귀국한 재미동포 누드모델도 마찬가지다.오하이오 주립대 의대 장학생이다가 93년'플레이보이'지 누드모델로 데뷔한 그녀는 인터넷 조회 횟수 1위를 차지하는등 세계의 남성들이 자신의 몸매를 즐겨'감상'하는데 대해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섹스산업의 첨병'이라기엔 좀 뭣하지만 어쨌건 프로는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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