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프랑스인 41% “한국 모른다” 의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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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는 나라” “군사독재 국가”

프랑스 사람들이 말한 대한민국이다. 소수 응답이지만, 너무나 한국을 모른다는 생각에 답답하기까지 했다. 주프랑스 한국 문화원은 최근 프랑스의 설문조사 기관(IPSOS)에 의뢰해 프랑스 사람이 한국을 얼마나 아는지 알아봤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1%가 “한국을 모른다”고 답했다. 게다가 한국에 호의적(27%)이라는 사람보다 호의적이지 않다(32%)는 쪽이 더 많았다.

알아도 제대로 아는 게 아니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를 묻는 질문에 절반은 모른다고 응답했고, 상당수는 ‘서커스’라고 답했다. 간혹 유럽 TV에 소개되는 중국 서커스단을 한국의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외부와 단절된 폐쇄국가’ 또는 ‘정치범이 대단히 많이 수용된 나라’로 한국을 묘사한 사람도 있었다. 특히 10명 중 7명(68%)은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지도 않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한마디로 상당수 프랑스인들은 한국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런 결과는 유독 프랑스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해 스페인 사라고사 박람회장의 설문조사에서는 4명 중 3명이 “한국을 모른다”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는 스페인 사람이 많았지만, 많은 외국인이 박람회장을 찾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인들의 평가라고 해도 무방했다. 이렇게 본다면 최소한 유럽에서만큼은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니 ‘ IT(정보통신) 강국’이니 하는 말들은 결국 우리의 자화자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해외의 한국 기업인들 가운데 일부는 자사 제품을 한국산이라고 알리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그들을 ‘애국’이라는 잣대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자사 제품이 ‘폐쇄된 나라’ ‘인터넷도 없는 나라’ ‘호감도 안 가는 나라’ 의 제품이라고 굳이 소개하고 싶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역대 한국 정부도 그동안 세계 속에 한국 알리기에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이제 다시 한번 문제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심각하게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그리고 정치권 역시 새해 벽두부터 ‘국회 몸싸움 장면’이나 세계에 수출해 국가를 망신시키지 말고, 좋은 글로벌 이미지를 만드는 데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진배 파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