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국민 통합 메신저’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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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콜린 파월(사진) 전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정부의 통합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흑인인 파월은 공화당 정부에서 합참의장과 장관 등 요직을 지냈지만, 지난해 대선 과정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지지를 선언했다.

파월은 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극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민들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의 이웃들과 미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파월은 마틴 루서 킹의 날이자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인 19일 ‘www.USA service.org’ 웹사이트를 개설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도우려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거대한 봉사의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이 사이트가 ‘다 함께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자’는 오바마 당선인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민주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민간 주도 자원봉사활동을 크게 늘려 미국민들을 통합시키고 경제위기 극복에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오바마는 공화당 출신이자 흑인인 파월이 이 같은 일을 벌여 나가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은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고통받고 있다”며 “새 웹사이트는 지역사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이들에게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관여하고 있는 여러 비영리기구의 사회적 공헌이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웹사이트 개설이 국가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미국인들의 전통이 행동으로 재점화하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웹사이트가 개설되는 19일 파월을 위한 만찬을 열어 화답할 예정이다. 또 같은 날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을 위한 별도의 만찬자리도 마련하기로 했다. 오바마는 “이들 세 명은 평생을 나라 봉사에 바쳤고, 모든 순간마다 정파적 이슈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앞세웠다”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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