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고>중앙일보 '팔만대장경에 새 생명을' 캠페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대장경의 전산화는 시대적 요청이다.21세기는 정보화시대요,국제화시대다.해인사가 보관하고 있는 세계의 문화유산인 팔만여장의 목판본 대장경은 불교정보의 총집합으로서 한국문화의 세계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산 증거다.

이제 우리 시대에 맡겨진 대장경 전산화는 저 불교정보의 총집합을 전세계에 선양하고,한국문화의 촌티를 벗겨내 국제화의 선봉에 서는 첩경이라 할 수 있다.정보화시대의 역사적 도래를 필연으로 인식하고 그에 충실하려는 인사는 모두 대장경의 전산화를 신속 정확하게 실현해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국제적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의 문화를 개방해 민주화시대를 앞당겨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불교문화의 보급이 필요하다.한갓 불교문화 유산의 보전차원을 넘어 정보화시대를 선도할 팔만대장경의 전산화 불사는 시대의 요청이다.

우리 문화의 특성을 국제경쟁력에 연결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대장경만큼 훌륭한 소재가 또 있을까. 국제적인 것은 전통적인 것이다.문화의 전통을 상실한 소위 국제표준규격의 문화란 이 세상에 발을 붙일 수 없다.다행히 우리는 5천년의 역사와 전통을 담지한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일제의 악랄한 한민족 전통문화 말살정책도 이를 없애지 못했고,계급투쟁의 역사의식으로 민족혼을 지워버리려는 북한의 체제도 한국문화의 동질성만은 바꾸지 못할 것이다.상업화된 일본불교,정치도구로 전락한 중국불교에 비해 한국불교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환경친화적 수행방법등으로 국제화시대의 전통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그 상징적 불사가 곧 대장경의 전산화다.

문화에 대한 모든 정보는 일부에게만 공개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를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정보화가 민주화를 촉진하는 촉매역할을 하는 까닭은 누구나 정보에 접근하는 기회균등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대다수 대중에게 전달하려면 일부 안락의자를 돌리는 학자나 전문가에게 독점돼온 지식과 정보를 모든 중생들에게 골고루 어느 때나 똑같이 균분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산사에 깊이 파묻힌 팔만대장경은 전산화해 중생에게 되돌려줘야 한다.전자대장경은 세계화.민주화.정보화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국제경쟁력,그중에도 문화경쟁력을 논하면 주눅이 들었던 한국문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문화유산의 정보화.전산화다.박물관의 유산이 아니라 살아 숨쉬며 활용되는 전자대장경이야말로 정보화의 밑거름이다.팔만대장경의 전산화는 한국 출판문화의 우수성과 그 보존에 기울인 과학기술의 탁월성을 다시 한번 세계 만방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다.

대장경을 전산화함으로써 우리가 차지할 문화경쟁력의 비교우위는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도쿠가와 막부는 귀찮으리만큼 팔만대장경의 복사본을 요청하다 못해 엉뚱하게도 일본으로 이전할 것을 졸라대다 이를 성사치 못하고 급기야 이를 저본으로 하여 대정(大正)연간에 활자판 신수(新修)대장경을 만들어 종이에 찍어 1백권의 책으로 출판,현재 전세계 불교학의 정본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제 그 책의 원본인 팔만대장경이 전산화됨으로써 우리는 일본에 빼앗겼던 대장경 정본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몽고의 침략 속에서도 고려청자와 고려대장경을 창출한 문화민족의 후예답게 우리는 또한번 팔만대장경의 전산화 정본을 계기로 한국의 문화창조에 앞장설 수 있을 것이다. 〈심재룡 서울대.철학과교수〉

<사진설명>

심재룡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