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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문화>4. 이탈리아와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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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서울의 어느 호텔 이탈리아 식당에서'해물탕'을 달라고 하면 준다.차림표엔 그런게 없는데도.생선.새우.게.오징어등을 버터에 약한 불로 볶고 듬성듬성 썰어놓은 붉은 토마토와 양파 소스를 넣어 끓인후 파슬리 가루와 후추를 뿌려 향을 낸'이탈리아식 해물냄비'가 그것이다.매운 칠리 소스를 치고 거친 맛의 이탈리아 쌀에 크림등을 넣고 끓인 리소토(Risotto:쌀이라는 뜻)와 함께 먹으면 그대로 매운탕 백반이다.

해물을 삶거나 데치고 올리브유와 파슬리가루.식초.후추를 친 해물 샐러드(Insalatta Frutti di Mare)는 해물본래의 맛을 잘 살린 것이 한국식과 닮았다.'바다의 과일'(Frutti di Mare)이라는 표현을 보고 우아한 요리 이름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에서 해물을 뜻하는 일반어다.

파미산 치즈(Parmesan:피자에 뿌려 먹는 분말치즈는 이 치즈의 가루다)를 썰어넣은 송아지육회나 소금물에 절인 풋고추 샐러드를 만나면 한식인지 이탈리아식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같은 반도에다 기후도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탈리아 음식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 어디에서나 다양한 입맛을 고루 만족시키고 있다.그 이유는 무엇인가.로마제국 자체가 다(多)문화주의적 성격이 강했던데다 갈리아인.게르만족.아랍인등이 줄지어 들어왔고 무역과 항해를 통해 끊임없이 외부와 접촉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피자는 로마제국때도 있었는데 중동식의 얇은 무발효빵을 구우면서 위에다 여러 재료를 얹은 것이 시초라는 주장이 있다.우리가 피자체인점에서 흔히 먹는 것은 바닥의 밀가루가 발효돼 두꺼운데다 기름을 두른채 쇠오븐에 놓고 구워 느끼한 맛이 난다.이는 19세기 후반 이후 미국에서 개량한 것이다.이탈리아 피자는 중동빵처럼 아주 얇고 담백하며 화로에서 직접 구워 바삭하다.

머나먼 중국에서 중세때 유럽으로 건너온 국수를 자기 음식으로 흡수한 유일한 유러피언이 이탈리아인이다.둥근 스파게티는 물론 베르미첼리(Vermicelli)라는 이름의 가는 국수,그리고 넓적한 국수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파스타(Pasta:밀가루로 만들어 말린 음식의 통칭으로 스파게티도 그 중 하나)문화는 다양성에서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전채요리인'생 햄과 멜론'(Prosciutto Crudo e Melon)은 게르만계의 음식인 익히지 않은 햄에다 남방과일인 멜론을 얹어 먹는 문화융합형 음식.토마토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들어오자 이탈리아인들은 이를 이용,수많은 토마토 소스를 개발했다.뿐만 아니라 토마토에다 물소젖으로 만든 물렁한 모차렐라 부파(Mozarella Buffa)치즈를 얹고 소금과 후추.파슬리 가루를 뿌린 다국적요리 크레스(Insalatta Cress)샐러드도 만들었다. 채인택 기자

<사진설명>

젓가락으로 먹는 중국국수가 서양에 건너가 포크로 말아먹는 스파게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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