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북적십자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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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 2차접촉은 뚜렷한 합의점없이 끝났지만 양측 대표 모두 대체적으로 만족해 하는 분위기여서 향후 회담전망을 밝게했다.

이병웅(李柄雄)한적(韓赤)사무총장은“회담이 결렬된 것은 아니다”면서 앞으로의 만남에서 모든 문제가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했다.白용호 북적(北赤)수석대표는“공은 남측에 넘어갔으니 지원물량과 품목.시기만 제시해주면 절차문제는 원만히 매듭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은 이병웅 사무총장등 3명의 한적대표단이 도착하면서 오전10시 정각에 시작됐다.양측 수석대표는 테이블 건너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는데 북측대표인 白서기장이 테이블 거리가 너무 멀다며“짧은 사람은 악수하기도 힘들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 白서기장이“어제는 휴일이라 소풍을 다녀왔다”고 운을 뗐고 李사무총장은“만리장성에 다녀왔다.나는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좋은 회담 성과가 있기를 기도했다”고 받았다.이에 白서기장은“민족기도회를 했군요”라고 화답. 회담이 거의 끝날 무렵 한적측의 한 배석자가 잠시 나와 우리측 관계자와 대책을 숙의한뒤 회담장으로 들어갔는데 기자들이 회담내용을 묻자“모든게 잘 돼간다.곧 끝날 것”이라고 말해 한때 합의가 이뤄진게 아니냐며 취재진이 긴장. …白 북적 수석대표는 회담장에 20분전에 도착,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큰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몰려 왔느냐”고 농담을 건네는등 여유있는 모습.그는 그러나 회담타결 전망에 대해서는“시기상조다.좀더 기다려봐야 한다”며 신중하게 언급한뒤“협상결과에 관계없이 내일이면 귀국한다”면서“6일자 비행기표도 이미 마련했다”고 설명. …회담장 밖에는 첫날 접촉보다 다소 적은 30여명의 취재진과 회담 관계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회담 결과에 귀추를 주목. 북한측 관계자로는 유일하게 나온 노동신문의 김창현(金昌賢)기자는 판문점을 통한 육로수송의 수용여부를 묻는 질문에“지원물량을 제시해야 남포.원산.청진항을 열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金기자는“북한주민들도 회담 개최사실을 알고 있다”면서“그러나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굳이 보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 베이징=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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