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신의 못생긴 여자는 없다] 앞모습 미인 vs 옆모습 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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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만큼 성공한 여성 연예인도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 여성 가수이면서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에미상 등 숱한 상을 거머줬다.

그녀가 등장했던 1960년대 초는 미국이 성형 열풍에 휩싸였던 시절이었다. 재키 케네디의 ‘작고 약간 들린 코’를 열망하며 10대 소녀들이 성형외과 수술대에 누워 순서를 기다렸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라이샌드의 우뚝 선 코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언론도 냉소적이었다. 그녀의 코를 두고 뉴요커는 ‘매부리코’로,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는 ‘독수리의 부리’, 라이프는 ‘마녀의 코’라고 빈정댔다. 그녀가 성형수술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오죽하면 한 언론은 ‘그녀가 큰 코를 전혀 손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하기까지 했다. <엘리자베스 하이켄 저 『비너스의 유혹에서』>

스트라이샌드의 얼굴을 앞에서 보면 예쁘고 매혹적이다. 얼굴을 평면적(이차원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면에서 보는 이미지를 아웃라인(outline)이라고 한다. 환자들이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하는 내용이 대부분 아웃라인에 관한 것이다. 쌍꺼풀이 그렇고, 사각턱 등 얼굴 윤곽수술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어찌 앞얼굴만 얼굴이랴. 사실 결혼을 위해 선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남들이 거울처럼 정면에서 들여다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성형이 ‘남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꾸는 행위라고 한다면 당연히 3차원적 이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가 중시하는 것이 옆모습, 즉 프로필(profile)이다. 이렇게 아웃라인과 프로필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소위 ‘성형 궁합’이다.

예를 들어 보자. 코가 낮고, 입이 나온 사람이 병원을 방문했다. 코를 높이고, 돌출 입은 넣어달라고 요구한다. 이럴 때 의사는 돌출 입 수술은 먼저 코를 높인 뒤 결정하자고 제안한다. 코수술을 하면 상대적으로 나온 입이 들어가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광대뼈도 마찬가지다.

반면 이마가 납작하고 턱이 작은 사람이 코를 높이면 이마는 더 주저앉아 보이고, 턱은 왜소해진다. 따라서 완벽한 프로필 성형을 하려면 이마를 높이고, 턱을 키워주는 시술을 병행해야 한다.

종합하자면 옆모습의 수려함은 ‘이마·코·턱’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굴곡과 조화에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마와 턱 끝의 이미지는 자가 지방 이식으로도 바꿀 수 있다. 자가 지방 이식술은 자신의 배나 허벅지 등에서 채취한 지방을 주사로 피부에 주입하는 것이다. 한 번 시술로는 피부에 일부 흡수되기 때문에 보관해둔 나머지를 두세 달에 걸쳐 2~3회 재주입한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에 열광하는 젊은이가 많았지만 그의 코는 미의 기준이 되지 못한 듯하다. 유명한 사람의 모습을 닮고 싶은 것이 대중심리지만 코만은 예외였다. 미국에서 한때 코 성형이 줄긴 했지만 일시적 현상이었다고 언론은 전한다. 재능으로 외모를 극복한 그녀에게 갈채를 보낸다.

김수신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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