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인까지 "밥달라" - 本社 취재진, 북한 접경 중국마을 현지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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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접경지역인 중국 더화전(德化鎭) 쑹전툰(松田屯)내 송정마을 金씨(65)할머니 집-. 지난 1월중순 밤 金할머니 가족들은 방안으로 불쑥 들어온 군인들로 혼비백산했다.어깨에 총까지 걸머진 북한군 병사 2명이 난데없이 나타난 것. 깡마른 모습의 이들은“해치려는게 아니요.춥고 배고파서 왔시요.밥좀 주시요”라고 애원했다.이들은 발이 시린듯 이불속으로 시커먼 발을 집어넣으며“사탕도 좀 주시요”라고 통사정했다.

金할머니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밥을 해주고 사탕과 강냉이를 한보따리 싸줬다.이때부터 두 병사는 할머니의 단골손님이 됐다.한달이면 서너번씩 찾아와 강냉이와 사탕.과자등을 얻어갔다.

金할머니는“지난달엔 우리들도 사정이 어려워'그만 오라'고 했더니 풀이 죽어 돌아가는데 너무 안쓰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본사 취재팀에 전했다. <관계기사 5면> 북한의 식량난이 아무리 절박해도 군인들에게만은 그런대로 식량공급이 된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그러나 본사 취재팀이 2박3일동안 국경지방 마을들을 살펴본 결과 북한 군인들도 일부는 상당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흔적이 수시로 발견됐다.

일반주민은 물론 군인들까지 마구 중국땅으로 넘어와 먹을 것을 구한다는 사실은 갈 데까지 간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충산전(崇善鎭)에 사는 강형철(51)씨의 증언도 허물어지는 북한군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20대의 북한군 하사가 강씨집에 찾아온 것은 지난달 24일밤. 무작정 강씨집에 들어선 이 군인은 다짜고짜“도움 좀 받읍시다”고 말했다.“뭘 도와달라는 거요”라고 강씨가 묻자“어머니가 위수술을 해 페니실린을 구하러 왔소”라고 대답했다.

강씨가“이 밤중에 어디서 페니실린을 구하겠는가.우선 들어와서 밥이나 먹어라”고 권했다.밥 한공기를 후딱 해치운 이 군인은 “정말 고맙다”며 몇차례나 말했다.

강씨는“이 군인에게'당신 참 효자다.다음에 오더라도 꼭 도와주겠다'고 하자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통일되면 다 갚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비병들의 상태가 이 정도니 국경초소의 검문이라는 것은 점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초소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는 주민들을 막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된 얘기다.

오히려 초소를 통과시켜주다”며 몇차례나 말했다.

강씨는“이 군인에게'당신 참 효자다.다음에 오더라도 꼭 도와주겠다”고 하자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통일되면 다 갚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비병들의 상태가 이 정도니 국경초소의 검문이라는 것은 점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초소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는 주민들을 막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된 얘기다.

오히려 초소를 통과시켜주는 대가로 돌아오는 길에 음식을 나눠줄 것을 요구하는 군인들이 늘고 있다고 조선족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다 보니 두만강변 조선족들이 사는 국경마을엔 거의 예외없이 굶주린 북한주민들의 구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조선족들은“지난 밤엔 어느 집에 북조선 사람들이 찾아왔느냐”는 말로 아침을 연다.북한 식량난은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연 4백82만의 식량이 필요하나 96년 생산량은 2백50만2천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2백30만이 부족한 것이다.게다가 조기 수확.소비량을 제외하면 96년12월 현재 식량 재고량은 24만 뿐이라고 덧붙였다.

통일원등 국내 기관의 조사나 방북자들에게 전한 북한관계자들의 언급을 종합하면 금년 수확기 때까지 부족량은 1백50만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한데다 왜곡된 분배체계,에너지난에 따른 교통수단의 미비로 특히 변경지역의 식량난은 더 심하다.

옌지(延吉.중국 지린성)=특별취재반

<사진설명>

배고픔의 고통속에 식량구하기에 나선 북한 주민들이 두만강변을 달리는 화물열차 위에 가득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옌볜=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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