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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이자카야 가서 딱 한잔 어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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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카야는 술 안주가 될 만한 간단한 요리가 있는 곳. 여행사 대표로 10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는 야마시타가 퇴근 후 한국인 친구와 단골 이자카야에 들러 가볍게 한잔하고 있다.

"이 대리, 퇴근 후 가볍게 한잔 어때?" 한국식 '삼겹살에 소주'를 떠올리며 "오케이" 했는데 사무실 옆 고깃집을 그대로 통과한다. '엥, 잘못 알아들었군. 프라이드치킨에 생맥주인가?'하며 뒤를 따르는데 호프집도 그냥 지나친다. 결국 퇴근 후 한잔을 제안한 박 대리가 안내한 곳은 빨간 등불이 내걸린 일본식 주점 '이자카야(居酒屋)'.

최근 서울 시내에 이자카야가 속속 들어서면서 샐러리맨들 사이에 퇴근 후 가볍게 한잔 마시는 장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자카야는 선술집이란 뜻으로 식사보다는 술안주가 될 간단한 요리가 있는 일본 특유의 음식점이다. 작고 소박한 분위기지만 모르는 사람끼리도 어깨를 맞대며 정겹게 술잔을 나누는 곳이다. 주머니가 넉넉지 않아도 간단한 안주 한두 가지 놓고 딱 기분 좋을 만큼 취해 나온다. 여행업을 하며 올해로 서울 생활 10년째 접어든 야마시타 다이지(山下泰司)도 이자카야를 애용한다. 그가 자주 다니는 서울 속의 일본식 선술집을 소개받았다.

글=유지상 기자<yjsang@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술값이 만만치 않은데요"

"서울의 이자카야라는 곳에도 빨간 등이 문 앞에 걸려 있고, 실내엔 일본식 소품과 일본 정종(청주)이 빼곡합니다. 벽면엔 붓글씨로 굵직하게 쓴 일본어 안주이름도 붙어 있지요. 겉모습은 도쿄 뒷골목의 이자카야 모습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메뉴판을 펼치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안주값이든 술값이든 만만치 않거든요."

'가볍게 한잔'하는 일본의 이자카야가 아니라는 야마시타의 설명이다. 안주 한 가지에 3000원 정도면 적당한데 1만원을 훌쩍 넘는 것도 많다고 지적한다. 신경을 써서 주문을 해도 한 사람당 3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서 무척 부담스럽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추천한 이자카야 중에 솥밥집.라멘집.국수집 등 본업이 따로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 서울 시내 싸고 분위기 좋은 6곳

◆ 하이카라야

"비용은 다른 곳의 절반, 분위기나 맛은 다른 곳의 두 배"라며 강력히 추천한 곳이다. 일본에서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체인점이 한국에 진출한 것이라고. 메뉴는 구이.생선.고기.튀김.식사.음료.술 등으로 구분돼 있는데 200가지가 넘는다. 자그만 몸집에 알을 가득 밴 바다빙어인 시샤모 구이(2개)가 800원. 닭 날개 튀김이 5개에 2800원. 다른 곳에서 먹어보지 못한 특이한 메뉴도 많다. 주류는 일본의 정종과 소주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데 생 자몽을 식탁에서 짜서 먹는 생 과일즙 칵테일(5300원)이 인기. 음식값에 비해 술값은 다소 센 편이다. 손님 한 사람당 2000원의 서비스 요금을 따로 받는다. 예약하지 않으면 헛걸음은 정해진 수순이다. 빨간 건물에 목욕탕 같은 입구, 은밀한 분위기의 개별 공간 등 특이한 점이 많다. 음악은 조용하게 재즈가 흘러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 인사동 사거리 인근에 있으며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영업. 02-730-2220.

◆ 라마마

원래 일본식 솥밥 전문점인데 가볍게 술 한 잔 할 수 있을 정도의 안줏거리를 갖추고 있다. 쇠고기 안심 덩어리를 통째로 겉만 살짝 익혀 얇게 썰어낸 쇠고기 다다키(1만2000원)가 인기 메뉴. 고기가 익은 겉과 익지 않은 속이 입안에서 서로 다른 맛을 내며 적절히 어우러진다. 밀가루 반죽 위에 감자.명란.치즈 등을 올려 피자처럼 구운 명란치즈감자구이(1만3000원)도 즐겨 찾는다. 치즈의 짭짤한 맛이 술 맛을 돋우고, 감자의 푸짐함이 허기진 배를 달랜다. 점심시간부터 문을 열어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다. 창가에 앉으면 낮이든 밤이든 삼청동 길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 02-723-8250.

*** 겐뻬이

대학로에 있는 일본음식 전문점이다. 메뉴판을 펼치면 생라면.우동.돈까스.돈부리(덮밥).카레라이스 등 다양한 일식 요리 사이에 아기자기한 안주거리를 곁들여 생맥주를 마시든 사케를 마시든 어울린다.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여성에게 알맞은 야채볶음 야사이이타메(8000원), 남성들이 즐겨 찾는 참치회에 산마를 갈아 올린 참치산마회(1만원), 달콤한 맛이 나는 계란말이(6000원) 등 50여 가지에 이른다. 어두운 술집 분위기는 아니지만 깔끔하게 한잔 마시기 좋을 듯하다. 2층은 칸막이와 별실이 있어 거래처 손님을 모시기에도 무난하다.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 02-765-6808.

◆ 동아리

일본어 상호를 거부하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하는 한글 상호를 쓴 점이 특이하다. 한일교류동아리 회원들의 모임 장소로 출발해서란다. 주특기는 일본식 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 오징어.돼지고기 등 밀가루 반죽 위에 올리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종류를 만들어낸다. 오징어.돼지고기가 올라간 믹스 오코노미야키(1만2000원), 여기에 새우를 추가한 스페셜 오코노미야키(1만4000원)가 인기다. 치맛자락처럼 나풀거리는 가쓰오부시(말린 가다랑어) 아래 숨어 있는 짭짤하면서도 은은하게 풍기는 새콤달콤한 맛이 좋다. 오이 미역 초절임(5000원).바지락 청주찜(7000원) 등 다른 안주감도 풍부하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대학생이나 한국말을 배우는 일본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신촌 서강대 근처. 02-706-3719.

*** 기타로

빨간 등불이 걸린 입구는 이자카야 분위기가 물씬 나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깔끔한 음식점 분위기다. 주특기는 일본 라면(라멘). 일본 면 공장에서 뽑아낸 것으로 만든 라멘의 종류가 다양하다. 진한 돼지뼈 국물에 미소(일본 된장)를 풀어 만든 미소라멘(7000원)이 가장 잘 나가는 메뉴다. 퇴근길에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들른다면 직접 빚어서 만든 일본식 군만두 야키교자(5000원), 고등어를 살짝 삭혀서 만든 사바(6000원), 연어와 오징어 등이 들어간 해물샐러드(1만2000원) 등을 추천한다. 이 정도면 사케 두세 도쿠리나 맥주 서너 병은 거뜬하다. 특히 해물샐러드는 키조개 관자(가이바시)와 참치뱃살 다진 것이 들어가 고급스럽다. 알딸딸할 정도로 취기가 오르면 라멘으로 마무리를 할 것. 지하철 3호선 신사역 부근. 02-514-4966.

◆ 오무라안

일본식 메밀국수 전문점이지만 우동.돈까스 등의 식사 메뉴와 함께 저녁엔 이자카야를 겸한다. 밝고 환한 분위기의 음식점이다. 메로구이(1만원).꼬치구이(1만5000원) 정도면 두 사람이 넉넉하게 맥주 몇 병은 비울 수 있다. 요즘 가장 인기 높은 술은 일본 소주(720㎖ 한병에 5만원). 한국 소주와 맛은 다르지만 스트레이트나 미즈와리(물을 섞는 것)로 마신다. 매주 일요일마다 쉬고, 저녁엔 오후 10시까지 영업. 역삼동 특허청 길에 위치. 02-569-8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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