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태수 리스트 처리 고심끝 불구속 기소로 기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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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정태수(鄭泰守)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33명중 몇명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법원에 기소하느냐를 놓고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사법처리 정치인이 너무 적으면 “검찰이 정치권을 의식해 꼬리를 내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고 그 수가 많을 경우“인기에 영합한 무리한 수사”라는 정치권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사법처리 대상 정치인 수를 3,5,9,13명으로 하는 4개안을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받은 돈의 액수가 많은 문정수(文正秀)부산시장을 제외하곤 모두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文시장의 경우 수사팀 내부에서도 사전 수뢰혐의로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처럼 불구속 기소쪽으로 기운 것은 무엇보다 법률적 문제점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즉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보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이 많아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더구나 무리하게 구속했다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게 된다면 검찰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한보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구체적인 대가성 여부가 확연하게 드러난 경우가 전직 야당 의원들에 집중돼 있는 것도 검찰로서는 고민거리다.검찰 관계자는“정태수총회장은 여권 실세들에겐 보험을 드는 기분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했고 야권 정치인들에겐 건수가 걸려 돈을 줬기 때문에 현행법상 그의 진술이 사법처리 여부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검찰은 돈을 받은 시기가 국정감사 직전이거나 소속 상임위가 한보철강 대출과 관련있는 재경위.건교위.통산위인 정치인들을 사법처리 대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그러나 이 경우에도 수천만원대를 받은 여당 의원보다 1천만원대를 받은 야당의원이,현직 의원보다 전직 의원들이 그물에 걸리는 빈도가 훨씬 높아 형평성 시비를 걱정하는 눈치다.

심재륜(沈在淪)중수부장은“사법처리 숫자를 복수로 올린 것은 수뇌부가 정치적으로 결정하라는 뜻이 아니라 수사팀 내부의 법률적 견해 차이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즉 수사검사들 사이에서도 수수 금액의 많고 적음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금액 다과설(多寡說)이 있는가 하면▶금품 수수 시기의 직무 관련성이나▶구체적 청탁과의 상관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이견이 제기됐다는 것이다.따라서 사법처리 대상 정치인 수와 文시장 구속 여부는 최종 검찰 수뇌부의 판단만을 남겨 놓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수사 실무팀은“실컷 고생해놓고 전원 불구속기소로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또 한번 국민적 반발에 부닥칠 수 있다”면서 일부 정치인의 구속 강행을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검찰의 최종 결정이 주목거리다. 김정욱.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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