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35세 추승균, 29세 때보다 ‘팔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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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추승균은 6일 KTF전에서 24점을 넣었다. 4쿼터에만 17점을 쏟아 부은, 올 시즌 최고의 원맨쇼였다. 지난해 12월 27일 동부와의 경기에선 무려 35득점을 했다. 추승균은 올해 35세다.


그가 시끄러워진 건 서장훈-강병현 트레이드 이후다. KCC가 8연패를 끊고 추승균 중심으로 전략을 맞춘 최근 5경기에서 그는 평균 20.6득점했고, 팀은 4승1패를 했다. 추승균의 시즌 평균 최고 득점은 17.6점(2002~2003 시즌)인데 29세이던 그때보다 요즘 기록이 더 좋다.

그래서 서장훈-강병현 트레이드의 최고 수혜자는 추승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LG 김광환 홍보팀장은 “서장훈에게 가던 공이 추승균에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추승균은 “경기 내내 공을 잡는 횟수가 많아지니 감각과 슛 밸런스가 살아나더라”고 말했다.

공격 횟수뿐 아니다. 추승균은 자신의 포지션을 되찾았다. 서장훈이 KCC로 이적하면서 추승균은 스몰포워드에서 슈팅가드로 전업해야 했는데 서장훈이 가고 슈팅가드 강병현이 오면서 자기 자리로 복귀했다. 추승균은 “다시 스몰포워드 자리로 돌아오니 아주 편하다”고 말했다.

농구 선수들이 장신화되면서 1m90cm인 추승균의 키는 작은 축에 속하게 됐다. 작은 포워드들은 공격할 땐 키 큰 상대를 발로 따돌릴 수 있지만 수비에선 상대가 골밑 공격을 해오면 버겁다. 추승균은 걱정이 없다. 키가 큰 강병현(1m93cm)이 포워드 수비를 해 주고 추승균이 가드 수비를 맡기 때문이다. 서장훈-강병현 트레이드는 이래저래 추승균에게 좋은 트레이드인 셈이다.

추승균에겐 훨씬 더 큰 의미도 있다. KCC가 ‘추승균의 팀’이 됐다는 점이다. 프로 12시즌 동안 KCC(옛 현대 포함)에 머물면서 세 차례 우승을 일궜지만 팀의 주연은 그가 아니었다. 프로농구 최고 인기 스타 이상민이나,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4쿼터의 사나이’ 조성원이었다. 이상민이 가고 나자 스포트라이트는 서장훈이 받았다. 그러나 KCC의 핵심은 추승균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KCC도 그렇게 여겼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추승균은 대체 불가능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조성원과 이상민을 보내면서도 KCC가 추승균을 꼭꼭 붙든 이유다.

추승균은 6일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후배들 잘 이끌고 팀을 이기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누가 주인공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조자로 선수생활을 끝내고 싶은 선수는 없다. 추승균은 “팀의 간판으로 나서게 되니 벅차고 새로운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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