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가치주 투자’ 펀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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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공격보다는 방어, 모험보다는 안전. 13개 증권사들이 7일 일제히 추천한 올해의 투자 유망 펀드들의 특징이다. 새해 증시가 후끈 달아오르곤 있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의 상처가 워낙 컸기 때문에 방어적인 성격이 강한 펀드를 많이 추천한 것이다.

우선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상품이 많은 게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가치주에 대한 장기 투자로 정평이 나 있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다.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발굴해 목표수익률에 도달할 때까지 좀처럼 팔지 않는다. 다른 국내 운용사들의 편입 종목이 들락날락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연초에 받은 주식운용 보고서에 편입된 종목이 연말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증권사들은 증시 급등락 국면에서는 철학을 갖고 장기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보고 이 회사 상품을 대거 추천했다.

신영투신의 마라톤주식형펀드와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대거 포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신영투신 역시 템플턴과 마찬가지로 가치투자를 표방하고 있다.

추천 펀드 중에선 유독 삼성그룹과 5대 그룹의 이름이 많이 들어가 있다. 삼성코리아대표그룹주펀드(삼성증권)와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펀드(우리투자증권·IBK증권), 삼성그룹적립식주식형(굿모닝신한증권·메리츠증권),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주식(동양종금증권) 등이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투신운용의 삼성그룹펀드가 좋은 수익률을 낸 점도 작용했겠지만, 경기 침체기에는 망하지 않을 주요 그룹 주식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경기가 하반기 이후 회복되면 대형주들이 많이 오를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삼성 계열사들이 산업별로 잘 분산돼 있고, 업종을 대표한다”며 “경기 회복기에는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주들이 상승장을 이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증권사가 글로벌 채권형 펀드를 거론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이 덕에 채권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은 템플턴운용의 글로벌채권형 펀드를 제시했다. 이 펀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개도국 국채에 주로 투자한다. 개도국들도 경기 부양을 위해 앞으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으니 투자 수익을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담겨 있다. 금리 하락은 채권값이 비싸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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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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