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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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마침내 주인 아줌마가 주애네 현관문을 새시문으로 바꾸어주었다.원지는 열쇠점에 부탁하여 보조 자물쇠를 하나 더 문에 달았다.열쇠점 주인이 열쇠를 원지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 열쇠는 홈의 모양이 복잡해서 복제비도 꽤 많이 들어요.하나 복제하는데 만원돈이 드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요.복제 열쇠로는 잘 열리지 않는 수도 있어요.” 새시문이 제대로 달렸나 확인을 하러 온 주인 아줌마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원지가 홍차를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나.새시문으로 빨리 바꿨으면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텐데.” 그러면서 주인 아줌마가 원지의 표정을 곁눈질로 재빨리 살폈다.원지는'일'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려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폈다.

“문을 바꿨다고 강도가 들어오지 않나요? 현관문이 이중으로 되어 있는 아주머니도 일을 당했잖아요.” 원지가'일'이라는 단어를 주인 아줌마에게 슬쩍 되돌려주었다.주인 아줌마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굳어졌다.

“그때 현관문 잠그는 것을 깜빡 했지.아니,현관문을 잠가두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바로 전에 우유 배달 아줌마가 지난달치 우유값을 받아갔는데,돈을 치러주고는 현관문을 잠그지도 않고 그냥 방으로 들어온 거지.”“지금 마음은 어떠세요? 신고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패물을 꽤 가져갔다면서요?” 원지 역시 신고에 대해서는 아직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서도 주인 아줌마의 반응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삼백만원 어치쯤 될까.내가 아끼는 흑진주 반지까지 가져가 버렸으니.통장과 도장도 내놓으라고 하는 걸,그런 건 남편이 관리하기 때문에 어디 두었는지 모르겠다고 잡아뗐지.그놈이 여기저기 뒤져보더니만 패물함에서 패물들을 꺼내 간거지.개중에는 모조품들도 더러 있어.그것들은 값도 나가지 않을 거야.”“삼백만원이면 우리 서민들한테는 제법 되는 돈인데,신고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단 말이에요? 난 지갑에 든 오만원 빼앗긴 셈이지만.은행카드 하나 들어있던 것은 그 즉시로 분실신고를 해서 피해가 없도록 했죠.”“그러니 주애 엄마도 신고할 필요 없잖아.괜히 신고를 하면 더 골치아파질 것같아.” 주인 아줌마의 얼굴에 다시금 그늘이 드리워졌다.

“하긴 나도 그래요.그저께도 얼핏 말씀드렸지만,그놈이 날 강간하려고까지 하였거든요.신고를 하면 경찰에서 그런 사실까지 캐물을까 싶어 겁이 나요.” 그렇게 말하면서 원지는 슬그머니 주인 아줌마를 유도신문하고 있는 셈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주인 아줌마의 두 눈에 눈물이 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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