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질병그리고의사>15. 귀 질환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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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인간의 귀와 코.목은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돼 있다.이비인후(耳鼻咽喉)과란 진료과목을 한데 묶어놓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문제는 이러한 신체구조가 어린이에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耳管)이 어린이의 경우 성인보다 짧고 굵으며 수평으로 누워 있어 목감기나 코감기가 쉽게 귀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어린이에게 귀앓이가 많은 것은 통계로 입증된 사실이다.

가톨릭의대 이비인후과 장기홍교수팀이 최근 부천시내 7개 유치원생 3백74명을 대상으로 중이염 검진을 벌인 결과 59명(15.8%)이 삼출성(渗出性)중이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삼출성 중이염이란 염증으로 귓속에 끈적끈적한 물이 항상 고여있어 발생하는 중이염으로 소아이비인후과 영역에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귀가 아프거나 고름이 나오며 청력장애와 열감을 동반하는 전형적인 중이염과는 달리 증상은 매우 가볍다.이번 연구에서도 전체 중이염 어린이의 70% 가량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이같은 무증상때문에 조기발견과 치료가 늦어져 성인이 된후 완치가 어려운 만성중이염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삼출성 중이염이 자주 일어나는 때는 3세 전후.따라서 이 시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귀에 이상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특히 평소 말을 잘 안듣는다고 생각하는 자녀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말을 안듣는 것이 아니라 못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치료는 초기엔 약물요법을 쓰지만 심할 경우 귓속에 고인 액체와 고름배출을 위해 고막을 절개하거나 환기관을 삽입해 고막을 뚫어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알아두면 간편한 예방치료법도 있다.

건국대 민중병원 이비인후과 김재영교수는 지난 25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97년 춘계이비인후과학회에서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이관통기법을 소개했다.방법은 한쪽 코를 손으로 막고 다른 쪽 코에 2백50㏄ 시럽용 약병을 넣은 후 입으로 물을 삼키는 순간 약병을 눌러 공기를 코속으로 강제주입시켜 주는 것이다(그림 참조).이렇게 해주면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이 뚫리는 효과를 나타내 삼출성 중이염의 치료를 돕는다.

김교수는 3개월이상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수술후 재발하는 어린이 삼출성 중이염 환자 31명에게 이같은 방법을 적용,72%에서 효과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이관통기법은 치료비가 따로 들지않고 부작용이 없어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상세한 시술방법은 가까운 이비인후과 의사를 찾아 배우면 된다.

대개 하루 여섯번 정도 해주는데 시럽용 약병 대신 공기를 짜낼 수 있도록 고안된 고무재질의 폴리처 기구를 약국이나 의료기구상에서 구입해 사용해도 된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부모말을 듣지 않고 텔레비전 앞에 바짝 다가앉아 시청하는 어린이는 삼출성 중이염일 가능성이 높다.사진은 의사가 귀를 검진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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