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첫 통일한국 보고서에 담긴 통화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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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워싱턴=연합]국제통화기금(IMF)은 가까운 장래에 한반도 통일이 급속히 진행될 경우 통일한국은 독일처럼 당장 통화통합을 단행하기보다 일정기간 1국2통화 체제를 거쳐 단일통화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곧 공개될 연구보고서에서 갑작스런 남북통일시의 통화통합 및 경제정책의 시행시기와 관련해,남북이 일정기간 각각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경제정책을 병행 실시하면 충격을 완화하고 초기 통일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의뢰로 IMF의 옛 소련지역담당 연구원 권구훈(權九勳)씨가 작성한'통화통합의 경험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교훈'이라는 제목의 이 연구보고서는 IMF가 낸 최초의 한반도 통일관련 보고서다.내용을 요약한다.

통일 초기 과도기적 1국2통화 체제를 갖는 것은 초기 통일비용을 줄이고 남한 거시경제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북한 화폐가치의 신축적 변동을 통해 북한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하고 북쪽의 과도기적 일자리.생산 손실폭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남북간의 임금평준화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으로 북한에서 가파른 임금인상이 이뤄진다면 그 효과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선에 그칠 것이다.

통일한국의 거시경제 성과는 궁극적으로 통화제도보다 경제.금융정책에 좌우될 것이다.특히 통일 이후 북한에서의 가격안정을 최우선적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

통일후 소득격차에 따른 북한주민의 남한이주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북한 화폐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거나 임금을 대폭 올린다면 북한에서 대량 실업사태를 초래해 오히려 남한이주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조기 통화통합은 ▶통일의 중요한 상징▶경제.정치통합 촉진▶남북간 거래비용 감축▶지역간 거래 촉진▶양측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둘러싼 투기방지▶대북(對北)투자 촉진등의 이점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과다한 초기 통일비용▶시장경제와 계획경제간의 급속한 통합에 따른 충격▶통화교환비율 책정상의 문제▶북한 인플레의 남한확산 가능성▶일단 통화통합이 이뤄지면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해도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점등 심각한 문제들이 예상된다.

독일의 경우보다 통일비용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과도기중 적절한 경제정책으로 뒷받침되는 2통화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초기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단 북한의 가격안정과 기본경제구조 개혁이 달성된 후에는 비교적 순조로운 통화통합이 가능하며,그 시기는 대북지원의 규모와 효과,통일시의 북한경제조건등 여러 가지 요인에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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