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아 33%가 우울증 - 삼성의료원 김승태 박사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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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학업성적이 나쁘면 무조건 학습장애가 있는 것일까.정답은'아니다'다.오히려 상당부분 정서적으로나 행동양식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특히“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한다”며 애를 태우는 부모들이라면 더욱 어린이의 정서상태나 행동양식을 살펴봐야 한다.

삼성의료원 학업능력클리닉 김승태박사팀이 최근 이 병원을 찾은 학업부진아 2백여명의 원인분석을 한 결과 놀랍게도 이들의 33%가 정서장애인 우울증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행동장애인 주의력결핍과잉운동증도 31%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읽기장애나 쓰기장애.산술장애등 이른바 학업수행능력과 관련한 질환으로 널리 알려진 학습장애는 전체의 21%에 그쳐 이들의 성적향상을 위해선 정서장애와 행동장애 교정이 보다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정상 이상의 지능지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부진한 어린이를 둔 부모들이라면 우선 우울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문제는 어린이 우울증이 어른과 달리 숨어있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이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의욕상실.식욕부진.체중감소.수면장애등 전형적 우울증 증상 대신 어린이에겐 공격적 행동이나 비행,친구관계 악화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또 우울증이 만성화하면 풀이 죽고 매사에 자신감을 잃으며 학업성적이 현저히 떨어진다.

어린이 우울증에 대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다만 유아기때 부모의 충분한 애정과 보살핌을 받지 못했거나 부모중 한사람이 우울증을 지녔을 경우 나타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운동증은 우울증에 비해 발견이 쉽다.유난히 부산하고 주의가 산만한 천방지축형 어린이라면 일단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손발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비비 꼬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법이 없다.질문을 끝까지 듣지않고 불쑥 대답해버리며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것도 주요 증상이다.

물론 이들의 지능은 정상이다.그러나 시험을 보면 점수가 형편없다.몰라서가 아니라 부주의해서 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게다가 남아의 경우 기죽이지 않고 사내답게 키운다는 왜곡된 교육관의 확산으로 주의력결핍 과잉운동증 어린이와 버릇없는 어린이가 구별되지 않은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요한 것은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운동증 모두 치료가 필요한 정신과 질환의 하나라는 것.전문가들은 전체 학동기 어린이의 5%가량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를 간과한채 자녀들을 무조건 다그치기 일쑤다.따라서 지능지수가 정상임에도 학업성적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한번쯤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운동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두가지 모두 정신과 의사의 진찰과 상담을 통해 치료하는데 필요한 경우 약물요법도 쓴다.가장 큰 문제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심리적 거부감. 하지만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운동증으로 인한 학습부진은 환자의 80% 이상이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소아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심리검사를 받고있는 어린이.지능지수가 정상인데 불구하고 성적이 신통치 않은 어린이는 주의력결핍 과잉운동증같은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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