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전남 감독이 본 최순호 감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최순호 감독은 “스코어에서는 지더라도 내용에선 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표시했다. 사진은 최 감독이 지난해 12월 전지 훈련지인 삼척에서 선수들에게 전술 지시를 하는 모습. [삼척=이영목 기자]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박항서(50) 감독은 최순호(47) 강원FC 감독을 “기다릴 줄 아는 지도자”로 평했다. 박 감독은 2003년 최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던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로 합세해 2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축구계 2년 선배(박 감독)가 후배(최 감독)를 보좌하면서 화제가 됐다.

박항서 감독은 최 감독에 대해 “선수들을 장악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포항에서 2004년 전반기 우승도 일궈냈다. 경험도 많고 지도자 준비도 많이 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참을성 많고 끈질긴 최 감독을 ‘최고집’이라고 묘사하며 “신생팀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또 “생각이 깊고 선수를 한번 믿으면 기다릴 줄 안다. 또 한번 생각한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집도 대단하다”고 부연했다.

강원 FC는 지난달 창단식에서 “당장 올 시즌 성적보다는 특색 있는 축구로 지역팬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래도 감독은 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일. 그런 면에서 “성적보다 팀부터 만들겠다”던 최 감독의 고집이 신생팀과 잘 들어맞을 거라는 게 박항서 감독의 설명이다.

지나친 고집에 대한 경계도 빼놓지 않았다. 신인과 내셔널(실업)리그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강원 FC가 단조로운 선수 기용에 매몰될 경우 신생팀 장점을 살려나가기 어렵다. 실제로 최 감독은 2004년 전반기 우승한 뒤 변화를 외면했다가 후반기 최하위로 처졌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박 감독은 “참는 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단점이 될 수 있다. 상대팀에 대한 분석도 관중석에서 했던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항서 감독은 “내가 포항 코치로 있을 때 후배를 모셨던 나보다도 선배 위에 있던 최 감독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충돌이 있게 마련이지만 최 감독은 늘 잘 풀어갔다”며 최 감독의 원만한 대인관계도 칭찬했다.

장치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