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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 시평

주민이 교육감 직접 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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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지역 간 균형발전이다.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법을 제정해 수도권 대학과 기업체가 지방으로 이전하면 세제 및 금융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대학과 기업체 유치에 못지않게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별다른 산업기반이 없는 지역이라도 명문고교를 설립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면 외국으로 나가는 기러기 아빠의 송금을 지역발전 자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한해만 해도 2만명이 넘는 중.고생이 조기유학을 떠났고 교육수지 적자도 18억달러를 넘었으니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 양질의 교육 서비스 제공은 기업체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 지방 명문학교 설립할 수 있게

그러나 현행 교육제도하에서는 교육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어렵게 돼 있다. 시.도지사가 원하더라도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분리돼 있어 지방 교육감이 반대하면 교육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현재 지방교육행정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교육감은 주민 직선이 아닌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한 간선으로 선출된다. 학교운영위원회에 학부모 대표가 포함돼 있으나 교육공급자 위주로 운용되고 있는 위원회에서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다 보니 시.도지사 선거 때와 달리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아는 주민들이 드물다.

교육은 가장 고전적인 지방자치 사무이기에 여러 나라가 지방교육자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란 중앙에서의 독립을 의미하지, 지방 일반행정에서도 분리돼야 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을 완전 분리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에게만 독특한 이 제도의 뿌리는 일제시대까지 올라간다. 한.일병합 이후 많은 일본인이 조선으로 이주했다. 당시 일본은 초등교육을 의무화했는데 조선에 있는 일본인 자녀에게 의무교육을 하려다 보니 조선인의 등교를 막을 방법이 필요했다. 따라서 일반행정과 분리해 특수공법인인 학교조합을 창설해 일본인 교육을 전담하게 한 한편, 조선인 교육은 일반행정 아래 학교비라는 기구를 두어 관리했다. 해방되었을 때 조선인 교육자들은 독립된 지위를 가졌던 일본인 학교조합장과 교육감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시대가 바뀌었건만 그간 우리의 교육행정은 일반행정과 분리돼 많은 비효율을 낳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없기 때문에 교육여건의 개선과 지원에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분리가 오히려 교육여건 개선에 필요한 지방 간 경쟁과 특성화 교육을 막고 있는 셈이다. 또한 교육재정은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는 반면 그 집행과 운용은 교육감이 전담하고 있어 재정운용의 효율성도 낮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교육 차별화를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려면 지방교육감을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로 주민이 직접 선출할 필요가 있다. 평준화.비평준화 같은 중요한 교육문제가 교육공급자 시각에서만 결정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뜻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일반행정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해 교육감 자격을 교사로 한정한 결과 교육정책은 교육공급자의 이해를 주로 반영하게 됐다.

***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전문성이 중요해 교육감 자격을 교사로 한정하더라도 교육정책만큼은 주민의견이 반영되도록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통합하자. 그 결과 지역별 교육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하면 더 이상 어린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떠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외국까지 날아다녔던 기러기 아빠들이 국내에서만 돌아다녀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다만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교원의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교사는 국가공무원 신분을 갖고 있는데 지방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결합되면 지방공무원이 돼야 한다. 이에 대해 교원들이 반발하지 않도록 현직 교사들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 지위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새로 임용되는 교사부터는 새 제도를 따라야 할 것이다.

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 한국채권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