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중형.임대아파트 삼각갈등 - 신내동 택지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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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중랑구신내동 대형.중형.임대아파트등 3개 인접 단지 주민들이 다른 단지 주민들의 통행을 막기 위해 철문과 철조망까지 설치하고 단지간 통행로(계단)공사를 저지하는등 삼각 대립을 빚고 있다.

'우리 단지로는 다니지 말라'는 식이다.

대형아파트 주민들은 이웃 중형아파트 주민들을,중형아파트 주민들은 소형임대아파트 주민들의 통행을 막는'이웃간 담쌓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38~58평아파트 8백여가구로 구성된 7단지 진로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21일부터 제5어린이공원내 7단지쪽 담장 1.3위에 철조망을 치고 철문을 달아 오전7~9시 2시간을 제외한 시간대에 8단지 주민들의 7단지 출입을 막고 나섰다.

7단지 대표가 통제에 앞서 8단지에 보낸 공문에서 밝힌 통제이유는“7,8,9단지 공용시설인 어린이공원이 야간에 청소년들이 모여 본드를 마시는 우범지대화되고 있어 7단지 주민들은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하지만 8단지 주민들은 이것은

표면적인 구실일뿐 속뜻은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다.

7단지 관리사무소 이원학(李元學.50)과장도“8단지 초등학생들이 봉화초등학교로 가기 위해 어린이 공원을 통해 7단지로 들어오면서 잔디훼손이나 소음이 극심해 등교길만은 허용하되 나머지 시간의 출입은 통제키로 입주자회의에서 결정됐다”

고 밝혀 8단지 주민들의 주장이 마냥 억지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에따라 95년12월 입주한 28,32평형대 화성아파트 주민들은 22일 새벽까지'통학로 반환,철문 개방'을 요구하며 철문을 부수고 철조망을 끌어내며 시위를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하지만 정작 8단지 주민들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9단지와 어린이공원 사이 연결 계단설치 공사를 주민들을 동원해 실력으로 저지해 9단지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8단지 입주자회의 총무 강창구(姜昌求.37.회사원)씨는“1천6백여 가구가 넘는 임대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계단을 이용해 어린이공원으로 들어와 8단지를 거쳐 지하철역이나 상가로 향할 경우 사생활 침해가 우려돼 공사를 막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어른들 싸움에 멍드는 것은 동심.

8단지에 사는 초등학생 3백40여명은 오후에 7단지 길을 이용하지 못하자 평소보다 2배 이상 귀가길이 길어졌다.또 7,8,9단지 아이들이 함께 모이도록한 어린이 공원은 7단지와 9단지쪽 통행이 불가능해져 제기능을 잃었다.

9단지 대표 송성규(宋星圭.44)씨는“신내택지개발지구내 다른 단지처럼 단지구분을 도로로 하지 않고 담장으로 처리한 도시개발공사도 결과적으로 주민 갈등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도시개발공사측은 이에따라 지난 15일부터 7,8,9단지 대표들과 모여'이웃사촌'의 훈훈한 인심을 되찾기 위해 회의를 거듭하고 있으나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사진설명>

신내동 7단지 진로아파트 주민들이 8단지 아파트 주민들의 출입을 막기위해

7,8단지 사이 철제담장 위에 설치했던 철조망이 8단지 주민들의 항의모임후

뜯겨져 철책 옆에 버려져 있다. 〈김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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