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총학생회 장승 복원 둘러싸고 찬반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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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민초들의 사랑을 받아온 순수 전통문화유산일 뿐이다.”

“미신의 대상으로 명백한 우상숭배다.”

순천대 총학생회의 장승 복원을 둘러싸고 학생들간에 찬반논의가 한달여간 계속되고 있다.

장승 복원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달 28일.총학생회가 학생회 출범식 행사의 하나로 정문에서 본관에 이르는 길 한켠에 장승 한쌍을 세우려 했던게 발단이 됐다.

92년 세운 장승중 여장군이 지난해말 밑둥이 썩어 부러져 나가자 남녀 한쌍의 장승을 준비,홀로된 장승 뒷편에 세우려 했던 것.

처음엔 부러져 나간 여장승을 대신할 딴 여장군만 하나 마련해 대장군에 새장가를 들게 해주려 했었다.

그러나 장승은 꼭 쌍으로만 세우는 것이 전통이라는 충고에 따라 3 높이의'민족대장군''통일여장군'한쌍을 마련했다.

내친김에 총학생회는 매년 총학생회 출범식 때마다 장승을 한쌍씩 늘려 뒷편에 줄줄이 세우려고까지 계획했다.

그러자 기독학생연합 소속 2백여명의 학생들이“절대 안된다”며 반대에 나섰다.

총학생회도 막상 기독학생회측의 거센 반대에 부닥치자 복원을 일단 중지하고 동아리연합회등과 토론을 벌여 설득작업에 나섰다.종교동아리들끼리도 이 문제를 두고 세미나를 열었다.수업시간에도 자연스럽게 화제에 올랐다.학교전체가 장승복원 찬

반을 싸고 논쟁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계속된 토론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 중심의 찬성파와 기독교동아리를 주축으로한 반대파의 의견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급기야 총학생회는 25일께 실시할 총학생회 활동에 대한 설문조사에 장승문제를 포함,여기에서 나오는 여론결

과로 복원문제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부총학생회장 吳세영(23.농경제4)씨는“기독교인인 학생들도 상당수가 복원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설문결과 다수가 찬성을 한다면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순천=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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