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날 맞아 국민포장 받은 이경헌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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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1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19일 국민포장을 받은 부산해운대 성모안과병원장 이경헌(李京憲.48)박사는 전국의 수많은 시각장애인들,특히 나환자촌 시각장애인들사이에'슈바이처'로 불린다.그가 개인 돈으로 또는 후원회의 도움으로 이들에

게 지금까지 무료 개안(開眼)수술을 해준 것은 모두 5백90차례.

그중 절반이 넘는 3백건은 보통사람이라면 수술할 용기조차 쉽게 내지 못할 부산남구용호동 등 나환자촌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의 수상은 더욱 값지게 평가받고 있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런 큰 상까지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李박사는 85년 부산메리놀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무료개안수술을 시작,수술비가 없는 백내장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해 주고 나환자촌도 해마다 20~30차례 방문해 그곳의 시각장애인들에게'밝은 빛'을 안겨 주었다.그의 이같은 무료개안

수술은 76년 서울강남성모병원 레지던트시절 스승의 지시로 개안수술을 위해 경남산청의 나환자촌을 찾았던 일이 계기가 됐다.

“천형(天刑)이라는 나병으로 참담한 생활을 이어가는 그분들중 90%가 백내장에 걸려 있었습니다.솔직히 처음에는 겁이 났기도 했지만 이것이야 말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李박사는 88년 해운대성모안과를 개원한 뒤부터는 병원수익금의 일부를 장애인단체에 후원하는 등 이들 장애인의'흰지팡이'가 돼 봉사활동을 계속해 왔다.

李박사의 꿈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무료개안수술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사상구괘법동에 성모안과 사상분원(시가 6억원 상당)을 맹인선교회에 기증해 복지법인으로 바꾼 뒤 생활보호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무료개안수술을 할 계획이다. 〈부산=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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