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궁궐은 ‘닫힌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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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문화재청이 북한과 공동으로 발굴한 만월대 3차 발굴 현장.

개성의 고려 궁성 ‘만월대’는 회랑식 건물로 에워 싼 폐쇄형이었다. 담장에 뚫려있는 문 하나만 통과하면 옆 건물로 이어지는 조선의 궁성과는 다른 모습이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과 남북역사학자협의회(위원장 서중석)가 공동발굴조사 중인 ‘만월대’ 3차 발굴 결과가 2일 나왔다. 태조 왕건을 비롯한 역대 고려왕 5명의 어진(초상화)과 신위를 모시던 경령전(景靈殿) 주변 건축물의 규모와 배치 상태가 확인됐다. 경령전은 동서 22.67m, 남북 10.15m인 장방형 기단에 정면 5칸, 측면 3칸 건물로 드러났다. 경령전 건물 내부에서는 예단(禮壇) 기초 시설 5개가 나타났다. 경령전과 주변 건물은 모두 회랑(回廊, 지붕이 있는 긴 복도)식의 폐쇄 구조로 드러났다.

문화재청 이상준 연구관은 “기존에는 고려 궁궐의 구조를 건물만 나열돼 있는 정도로 이해했는데, 이번 발굴 결과 건물마다 회랑으로 둘러 싸 다른 건물과 차단한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성과”라고 지적하고 “경령전은 특히 제례(祭禮) 공간이란 특성 때문에 회랑을 이중으로 치는 등 다른 공간과 철저히 분리돼 있었다”고 말했다.

3차 발굴은 지난해 11, 12월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板占戶(판점호)’ 등을 새긴 명문 기와와 청자, 문고리·경첩 등 약 3000여 점의 출토유물이 수습됐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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