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起訴로 한숨돌린 네타냐후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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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검찰총장 임명과 관련한 부패스캔들로 사임위기에 몰렸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일단 벼랑에서 벗어났다.

엘리아킴 루빈스타인 검찰총장은 20일'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와 현직 법무장관.총리실장등의 배임및 사기혐의를 벗겨줬다.다만 종교정당인 샤스당의 아리에 데리 당수는 우익 변호사 로니 바르 온을 검찰총장에 임명토록 정부에 압력을 가한 혐의가 인정돼 기소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불기소 결정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오히려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야당과 언론들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며,더욱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그의

무죄를 믿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루빈스타인 검찰총장도“구체적 물증이 없을 뿐이지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분명 미심쩍고 의혹스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당장 최대 야당인 노동당과 좌파 메레츠당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대법원에 청원서를 내는등 정권퇴진 운동에 본

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시몬 페레스 노동당수는 최근 고려해온 거국내각 참여를 포기,네타냐후와는 절대 손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집권 연립정부 안에서도 그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일부 각료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검찰의 최종보고서를 정밀분석한뒤 연정 잔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군소정당으로 연정에 참여한'이스라엘 바알리야'

와'제3의 길'등은 한명의 현직 장관이라도 이번 스캔들에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 곧바로 연정에서 탈퇴,네타냐후와 결별한다는 입장이다.현행법에 따르면 연립정부가 의회 의석의 과반수인 61석을 지키지 못하면 60일안에 총사퇴하고 총리와 의원을 새로 뽑기 위한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리쿠드당 주도의 현 연정은 66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이스라엘 바알리야와 제3의 길이 각각 7석과 4석을 차지하고 있다.결국 연정붕괴와 네타냐후의 실각 위험은 상존하는 셈이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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