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시민 설득못한 도시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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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11년 서울의 모습이 궁금하지도 않은가.최근 서울시가 발표한'도시기본계획'에 반응이 너무 없다.“좋다,나쁘다”는 물론 부작용을 걱정하는 비판조차 없다는게 신기할 정도다.과거엔 이런 계획이 발표되면'경전철이 어디를 지나나'하며

너도 나도 궁금해 했고,한편에선'졸속.장밋빛.재원.투기'등 문제점을 나열하며 비판이 드셀 정도였다.

이젠 그럴 가치도 없다는 뜻인가.전문가들도“또 나왔나”하며 시큰둥해 한다.시민들은 아예'19세기형 계획수법-어디어디를 개발해 그 이익으로 교통망을 확충해주고…'의 단점을 꿰고 있다는 식이다.당장 코 앞에 닥친 일도 아니고,또 고칠 계획이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더구나 시민들은 한발 앞서 있다.서울시의 그 같은 폐쇄적.자급자족형 계획이 누구에게 혜택을 주는지,도시를 얼마나 복잡하게 만드는지,또 기반시설을 더 넣어봐야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이대로 가면 사람과 사람 사이는 더욱 단절되고,도시는 생명력을 잃는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도 있다.상당수 시민들은 이제'아스팔트보다는 공원,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수단'이라는 획일성보다'자전거를 탈 아스팔트광장,승용차도 다닐 서울거리도 주장'하는 다양성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런 시민에게 구태의연한 서울시 공간구조계획이 맘에 들리 없다.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도심,이미 혼잡이 극에 달한 부심(副心)을 어떻게 21세기 중심으로 키운다는 말인가.그런 도시구조는 60년대부터 꿈꿔 왔지만 지금까지 기껏

서울을'비효율.낭비가 만연한 도시'로 만들었을 뿐이다.

21세기 서울에는 새로운 도심이 필요하다.4대문안은 역시'역사의 공간.사람의 공간'으로 남기는게 좋다.그렇다고 왕십리를 도심으로 삼을 수도 없다.고층건물군(群)이 즐비한 텔리포트 도심 후보지로 많은 전문가들은 한강변을 꼽는다.

서울 운영의 기본틀도 바꿔야 한다.7지(枝)교차로인 시청앞 광장을 과감하게 시민교류의 터로 바꿔야 혁신이다.지하공간에 눈을 돌려 자동차를 지하에 넣고,사람을 평면으로 올리자.공원.운동시설을 따로 만들기보다 출퇴근하면서 서울거리를 즐겁게 걸을 수 있게 만드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특히 기존의 대학입지,교육시스템을 그대로 두곤 서울의 도시구조를 바로잡는다는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해야한다.

이런 개혁에 돈은 걸림돌이 아니다.또 돈이 없을수록 더욱 계획을 해야 낭비요소를 줄일 수 있다.개혁적이고 공정한 계획은 시민을 설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호응을 이끌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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