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갱 두목들 해외도피 - 의원 10%가 조직원 일망타진에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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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만의 밤은'다거(大哥:형님이란 뜻의 중국어,보통 갱사회의 두목을 지칭)'들이 지배한다.”

이 말이 실감날 정도로 대만은 갱들의 천국이다.국회의 법사위원장이 직접“나는 ××파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자랑하고,전직 갱출신의 한 광역자치단체 의장이 자신의 이권을 방해하는 사람을 총으로 쏴죽이는 일이 벌어질 정도다.

대만 갱사회의 우두머리격인 주롄방(竹聯幇)의 두목인'흰 늑대(白狼:본명 장안러)'는 대만 기업가들이 가장 모시고 싶어하는 '해결사'다.

각종 건설공사의 개입과 도박등으로 풍요를 구가하던 대만 갱사회가 요즘 몸사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타이베이 인근 타오위안(桃園)현의 현장과 가족및 보좌진 9명이 관저에서 갱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 사건이 터지면서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이'범죄와의 전쟁(掃黑)'에 나섰기 때문이다.대만정부는 일정 자수기간을 설정해 두고 이들의 자수를 받기 시작한 뒤 다시 대대적인 검거선풍을 일으켰다.

대만의 대표적인 주롄방과 쓰하이(四海).쑹롄(松聯).톈다오멍(天道盟)등 4대 갱조직의 두목급들은 대부분 해외로 빠져 나가 숨을 죽이고 있다.이름이 잘 알려진 일부 지방의회 의원과 관료들도 갱조직의 일원으로 체포되고 있기도 하다.갱들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법무부장 랴오정하오(廖正豪)는 이같은 실적으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뿌리가 튼튼하기로 유명한 대만의 갱조직이 이같은 단속으로 일망타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드물다.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전체 국회의원의 10%,지방의회의원의 20%,자치단체장의 33%가 모두 갱조직의 일원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다.그래서 이권분쟁등에서 조정역을 맡았던'다거'들의 부재(不在)가 오히려 기층조직원들의 난동등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유광종 기자〉

<사진설명>

대만 최대 갱조직 주롄방의 지도자이자 별명인'흰 늑대'로 잘 알려진 장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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