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소리 없이 강한 헤인즈 … 삼성 최다연승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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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게 화제를 모았던 ‘방성윤 효과’와 ‘서장훈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새 얼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주인공은 조용히 실속을 챙긴 삼성이었다. 삼성은 새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27·1m99㎝·사진)를 영입한 이후 연승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SK는 주포 방성윤이 미국 프로농구(NBA) 진출의 꿈을 접고 시즌 도중 복귀했다. ‘방성윤 효과’를 노렸던 SK는 1일 동부를 맞아 75-90으로 완패하며 2연패를 기록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서장훈을 영입한 전자랜드는 LG에 82-94로 졌다. 반면 헤인즈가 가세한 삼성은 KT&G에 77-7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팀 창단 이후 최다인 9연승을 내달렸고, 이번 시즌 처음으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달성했다.

◆엇갈린 방성윤과 헤인즈=지난해 12월 10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SK와 삼성이 맞붙었다. 이날 SK에는 ‘돌아온 방성윤’이 뛰었다. 새벽에 귀국하자마자 저녁 경기에 나섰지만 방성윤은 23점으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같은 날 삼성에는 에반 브락의 교체선수로 온 헤인즈가 첫선을 보였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별 특징 없는 플레이의 그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삼성은 당시 졸전 끝에 6연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SK와 삼성의 처지는 역전됐다. SK는 방성윤이 총 7경기에서 평균 22.1점으로 활약할 때만 해도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최근 두 경기에서 방성윤은 10점대 득점을 기록하며 부진했고, 팀도 2연패에 빠졌다. 반면 삼성은 헤인즈가 뛴 첫 경기에서 진 뒤 내리 9연승을 달리고 있다.

삼성 이규섭(左)이 KT&G 이현호를 앞에 두고 점프슛을 날리고 있다. 삼성은 팀 최다인 9연승을 달렸다. [안양=연합뉴스]

◆개인 능력보다 팀 플레이=1일 SK를 상대한 동부의 전창진 감독은 “방성윤이 가세하면서 SK의 득점이 늘어났지만 다른 포지션까지 살아나는 시너지 효과는 작다”고 설명했다. 최근 SK를 만난 팀들은 방성윤을 철저하게 막고 승리를 가져가고 있다.

반면 삼성의 상승세는 무섭다. 김진 SK 감독은 “헤인즈가 가세한 게 삼성 연승의 비결이다. 보이지 않게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를 잘한다”고 말했다. 헤인즈는 1일 KT&G전에서 매치업 상대였던 마퀸 챈들러(30점)를 맞아 고전했지만 승부처인 4쿼터에서는 달랐다. 삼성은 헤인즈(11점·8리바운드)가 공수에서 제 몫을 해냈고, 노련한 강혁이 종료 53초 전 3점포를 터뜨려 천금 같은 승리를 잡았다.

◆빠른 발에 운 서장훈=‘서장훈 효과’를 기대했던 전자랜드도 근심이 크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10일 서장훈을 영입한 전자랜드는 골밑이 안정되고 슈터들까지 살아나면서 싱글벙글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작고 빠른 팀에 약하다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발이 느린 센터 서장훈이 가세한 뒤부터 빠른 팀에 연이어 완패다.

전자랜드는 1일 LG를 맞아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LG가 전형수(14점·6도움)·이현민(9점·4도움) 등 발 빠른 가드진을 앞세워 전자랜드를 공략했다. 12월 26일 KTF에 완패했던 전자랜드는 ‘스피드 콤플렉스’를 고민으로 떠안게 됐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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