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문정수 시장 마지못해 시인 - 정치인 검찰출두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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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인 소환조사를 시작한지 1주일째가 되는 17일에도 대검중수부 관계자들은 신한국당 서석재(徐錫宰)의원등 거물 정치인들을 대검청사로 불러 돈을 받게 된 경위등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계의 실세로 소환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서석재 의원은 오전10시30분쯤 보좌진및 수행원 8명과 함께 3대의 승용차에 나눠타고 대검청사에 도착.

徐의원은 얼굴에 미소를 띤채 청사 현관 앞에 미리 나와 기다리던 신한국당 당직자 10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등 다른 소환 정치인들에 비해 여유있는 모습.徐의원은 사진기자단을 향해 1분간 포즈를 취하면서“구체적인 얘기는 갔다와서

하자”고 말해 전날까지 금품수수를 완강히 부인하던 태도에서 한발짝 물러선 모습.

…오후2시 대검에 도착한 이동호(李同浩)전 내무부장관은 로비에 들어서면서“총선전 한보측으로부터 선거자금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금품수수 사실을 순순히 시인.

李전장관은 이어“그러나 이 돈은 장관직등 업무와 관련된 로비는 결코 아니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에서 진술할 것”이라고 짤막히 설명.

…오전10시 가장 먼저 대검에 나타난 최두환(崔斗煥)전 민주당 의원은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94년 친구의 친구로 얼굴만 알고 지내던 이용남(李龍男)전 한보사장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혐의사실을 시인.

崔전의원은 그러나 액수와 용처에 대해서는“법적 한도내의 금액일뿐”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11층 조사실로 직행.

…16일 소환된 문정수(文正秀)부산시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17일 오후2시까지도 계속되자 검찰 주변에서는 文시장이 검찰이 들이미는 자료에도 불구하고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기 때문에 조사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돌았다.

설(說)이 분분하자 보좌관들과 친지들은 평소 친분이 있는 기자들을 찾아다니며“정태수(鄭泰守)나 김종국(金鍾國)등 한보그룹 관계자와 일면식도 없고 아마 검찰이 증거를 찾지 못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하려 애썼다.

이에 대해 한 수사관계자는“귀가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정태수 리스트에 포함된 33명의 정치인들은 조사를 마치면 모두 귀가할 것”이라며“사법처리 대상 정치인은 추후 2차 소환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

…대질 신문을 벌이기 위해 16일 밤 서울구치소를 떠나 대검청사에 나타난 김종국 전 한보재정본부장은 자신의 수의 입은 모습이 보도진에 다시 노출된데 대해 큰소리로 불만을 표시.

17일 오전2시30분 조사를 마치고 청사 1층으로 내려온 金씨는 조사내용을 묻는 취재진에게 화를 내며“도대체 보안을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방호원들에게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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