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박지성의 새해 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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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5월 28일·로마) 무대에 반드시 서고 싶다.”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의 기축년 새해 가장 큰 소망이다. 지난해 5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박지성은 아시아인 최초로 출전할 희망에 부풀어 있었으나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굴욕을 맛봤다.

박지성은 지난해 12월 3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엔 꼭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가 내 발로 우승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가 출전하지 못해서 아쉬워했던 팬들에게 힘차게 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시즌 꾸준히 활약했음에도 예상과 달리 출전자 명단에도 이름이 오르지 않자 ‘순둥이’ 박지성은 큰 상처를 입었다. 멀찌감치 앉아서 결승전을 관전하던 옛 스승 거스 히딩크 러시아대표팀 감독이 ‘크게 신경 쓸 것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지만 별로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FA컵 우승, 골 결정력 보완 약속

박지성의 또 다른 목표는 3개 국가 FA(축구협회)컵 우승이다. 2003년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 소속으로 일왕배에서 우승했고, 2005년 PSV 아인트호벤에서 네덜란드왕립축구협회(KNVB)컵을 거머쥐었다. 영국에 진출한 뒤 프리미어리그와 칼링컵,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그는 “영국에 와서는 아직 FA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성지 웸블리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뜻깊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새해 중요한 소망 하나는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이다. 올 시즌 1골에 그친 박지성은 “골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새 집에서 맞는 새해 첫날

박지성은 지난해 12월 3일 프랑스 출신의 절친한 팀 동료 파트리스 에브라가 새 집으로 옮겨가면서 비워준 집으로 이사했다. 거실이 훨씬 넓고 방이 7개나 된다. 해외에서 새해를 맞은 지가 올해로 9년째지만 올해는 새 집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욱 뜻깊다고 했다. 영국으로 건너온 뒤 네 번째 이사를 한 것은 맨유에서 오래 뛰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박지성은 “맨유에 계속 머무르고 싶지만 아직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협상 제안이 없다”며 “걱정하지는 않는다. 좋은 기량을 보여주면 (재계약에 대해) 좋은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낙관했다. 박지성은 2010년 6월까지 1년6개월간 계약기간을 남겨두고 있다. 지역신문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퍼거슨 감독이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박지성·테베스와 재계약을 마무리 짓기를 원한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박지성은 “어머니가 런던에서 구해온 떡으로 새해 아침 떡국을 맛있게 끓여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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