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JE 고속철도 정부.공단.업체 부실 합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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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WJE의 고속철도 안전점검 결과는 채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대형사업을 벌였다는 근본문제를 제기했지만,한편으론 정부와 고속철도공단,시공.설계.감리를 맡은 민간업체들간 책임소재를 둘러싼 분쟁 소지도 주목거리다.

고속철도 공사가 이렇게 된 것은 여러 요인이 어우러진 합작품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쪽에서는 제도적 지원체제를 갖추지 않았고,공단은 건설사업관리(CM)능력이 부족했으며 건설사로서는 시공이 부실했던 탓이다.

제도적 지원이 미비했다는 점은,WJE사가 설계가 부적절하기 때문에 재시공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 라멘교량 35곳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공사발주 당시(92년)에는 설계감리조차 없었다.따라서 설계에 대한 검증도 없이 공사를 시작하면서

고속철도공단이 시공감리만 벌이는 원시수준에서 출발했다.설계감리는 94년 건설기술관리법이 바뀌면서 비로소 적용됐다.

일부 설계 부적절등을 제외한 재시공.보수대상 대부분은 건설사들의 시공불량에 의해서인 것이 명백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재시공.보완공사를 벌임으로써 발생하는 추가비용부담과 공기지연에 따른 책임공방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시공을 포함,예상되는 보완공사에는 적지 않은 공사비와 추가공기가 요구된다.공단은 일단 재시공대상인 라멘교량의 설계가 부적절했기 때문에 공단측도 일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부적절한 설계이지만,그나마 제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시공사의 부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건설사에 추가비용을 부담시키고 공기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시공대상인 PC박스교량 4곳 역시 콘크리트 균열.철근노출현상등을 감안하면 전적으로 시공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업체들은 감리단의 확인아래 시공됐고 문제가 된 라멘구조 교량은 설계부터 부적절하다는 점을 내세워 오히려 발주기관측에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

보수공사 또한 문제다.저질러진 부실 책임이 어디에 있든간에 국내 건설업체들이 이같은 재시공이나 보수공사를 벌일 능력이 없어 상당부분을 외국의 수리전문회사들을 불러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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