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위안부 문제 뻔뻔해지는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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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종군위안부 문제가 일본사회에서 어느새 일본 군국주의의 도덕적 우위를 증명하는 하나의 좋은 재료로 둔갑해가고 있다.요즈음 일본사회에서는 부끄럼도 없이 종군위안부 문제를 피해당사국보다 먼저 거론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3일 헌법 시행 50주년을 기념한 사설 '아직도 남아있는 일본성악설(性惡說)의 주술(呪術)'도 그중 하나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사설에서 지난해 12월 미국 법무부가 일본 종군위안부 관련자들의 입국을 금지한 것을'위선'이라고 몰아붙였다.

그 방증으로 종전후 일본정부를 통해 특수위안부 시설을 운영한 것은 거꾸로 연합군총사령부(GHQ)였다는 주장을 내놓았다.GHQ는 각종 행정명령으로 위안소 운영에 '관여'했으며 따라서 미국은 종군위안부 문제에 간섭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설은 또 독일군 점령지역에 수많은 강제매춘시설이 설치되고 조직적인 여성사냥이 벌어졌던 사실은 밝혀졌지만 일본의 경우 관헌이 강제연행한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는 없다고 했다.결국 일본은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지 않았으며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도덕적 우위에 서있다는 논법이다.일본국민 사이에는 이처럼 역사인식 문제에서 일본만 억울하게 두들겨맞고 있다는 불만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 한국도 이제 치열하게 대처해야 할 국면에 접어들었다.한국정부가 미래를 지향하자면서 먼저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를 멈칫거리는 사이 과거에 대한 일본의 주장이 우익의 행동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 뻔뻔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자칫하면 모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과거의 수치를 밝힌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이'자발적으로 몸을 판 창녀'로 몰릴까 우려마저 되고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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