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공대 졸업생 갈 곳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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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아웃소싱 회사가 있다는 걸 96년에 알고 있었습니까?
“상황이 암울하니까 알게 되더군요. 말씀 드린 대로 물론 처음부터 이곳에 온 건 아닙니다. 그때 기아 월급이 60만원인가 70만원인가 그랬어요. 수당을 더하면 좀 더 됐고. 근데 그것도 위태로운 상황 아니었습니까. 과정이 좀 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니까 아웃소싱 시장이 있는 겁니다. 그중에 설계 프리랜서들이 활동하는 미국의 MSX라는 회사가 있어요. 미국의 큰 아웃소싱 회사지요. 거기는 보통 설계사 기준이 한국 돈으로 월 500만~700만원 정도예요. 저는 60만원 받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프리랜서로 신청했더니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오하이오에 있는 크라이슬러에 파견사원으로 등록이 됐죠. 등록해 놓고 있으면 프로젝트가 있을 때 계약해서 씁니다. 그때만 해도 MSX에는 설계를 할 수 있는 친구가 몇 명 없었어요. 그러니 노는 날이 거의 없다시피 했죠. 그러다가 오하이오 혼다에 6개월짜리 일이 있는데 하겠느냐고 제의가 들어왔죠. 일을 하다 보니까 혼다 출신 어떤 분이 이쪽 회사로 옮겨요. 그러더니 말씀 드린 고토 오사무 부회장이 엔지니어를 뽑기 시작했고 그때 이곳으로 온 겁니다. 그게 98년입니다.”

인터뷰 장동은 부사장

-한국인 350명을 데리고 있다는 건 그때부터 온 사람들입니까?
“제가 왔을 땐 이 회사에 외국인이 없었어요. 제가 들어오고 1~2년 있다가 한국에서 300명 정도가 왔으니까요. 그분들도 10년 정도 됐으니까 이직하고 창업해서 나가기도 하고 지금은 80여 명 정도 남았고, 현재 한국인 엔지니어 350명 중에 250명은 신입사원입니다. 그 사람들은 4년 전부터 제가 교육을 했어요. 그러니까 산업인력관리공단에 해외취업 제안서를 보내서 해외취업 프로젝트 계약을 했습니다. 그게 2005년입니다. 그래가지고 직접 인력을 뽑았죠. 마침 그때는 혼다가 발돋움하면서 GM을 따라잡느냐 마느냐 할 시점인데 일본에 엔지니어가 모자랐습니다. 한국은 공대 졸업생들이 갈 곳이 없었고. 당시 취업난이 심각해서 20~25%가 백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결국 2006년에 GM을 따라잡고 뒤집었지만 그렇게 된 것이 한국의 유능한 인력들을 교육해서 투입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겠느냐, 제가 볼 땐 큰 힘이 된 겁니다.”

-한국 경제를 생각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점은 무엇입니까.
“지금 일본에 와 있는 한국인 엔지니어가 5000명 조금 넘을 거라고 합니다. 근데 중국에서는 최근 1~2년 사이에만 2만 명 이상 왔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중국에 떨어지고 있는 거죠. 한국인은 정말 우수합니다. 그런데 우수한 자질을 국가 정책이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다리 놓고 도로 닦는 데만 몇 조원씩 쓰고 공대 출신이 연구 프로젝트 안을 내면 어느 기관에서 연구비를 지원합니까. 그러고 이상할 정도로 한국에서는 한국 시각으로 세계를 보려고 해요. 다시 말하면 한국의 시각에 맞지 않으면 일단 부정한다 이거죠. 배우겠다는 자세가 안 돼 있는 겁니다. 한국이 얻어야 될 기술은 밖에 있지 안에 없습니다. 안타깝죠.”

-그걸 현실에서 많이 느낍니까?
“예를 들지요. 현대차나 기아차가 중국이나 일본 쪽에 새로운 차종을 내놓고 시장을 개척하려고 할 때, 일본을 잘 알기 때문에 성공할 거라고 자신합니다. 일본에서 컨설팅을 해주려고 해도 컨설팅 하는 사람들이 뭘 아느냐고 일단 무시해요. 현대차에 리서치 센터나 마케팅 센터가 다 있으니까 자기들 생각이 옳다는 거지요. 그건 아니거든요. 일본을 잘 안다는 건 자기들 생각인데 그걸 버리지 못해요. 그게 일본에서 실패한 이유예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죠. 중국에 진출한 기업 중에 2007년에 유일하게 마이너스 난 건 기아차밖에 없잖아요. 혼다, 도요타 다 늘어났는데 말입니다. 혼다나 도요타는 중국 사람들에게 컨설팅을 맡기고 철저히 중국 소비자 입장에서 조사합니다. 도요타나 혼다에 마케팅이나 리서치 센터가 없습니까? 그런데도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절대 일본에서 가지고 있는 시각을 집어넣지 않습니다. 그게 한국 기업들하고 차이점입니다.”

도쿄=이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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