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필립모리스 담배14개비 1,000원 말버러 출시-1갑=20개비 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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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천원과 1천3백원중 어떤 것이 좋을까?”라는 것만큼 우문(愚問)도 없다.하지만 1천원짜리와 1천3백원짜리 제품을 사고 판다는 관점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잔돈이나 거스름돈이 필요없는 1천원짜리 지폐는 때때로'1천원+α'의 가치

를 지니기 때문이다.

단적인 사례가 현재 국내 담배시장에서 벌어지는 1천원짜리 담배경쟁이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미국 필립모리스사의 국내지사는 최근 한갑에 14개들이인 말버러 담배를 14일부터 1천원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담배한갑=20개비'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14개비 담배는 필립모리스만이 전세계에서 푸에르토리코.싱가

포르.괌등 4개 지역에서만 소량 판매하고 있는'희귀품'.

필립모리스코리아측은“담뱃갑이 얇아 소지가 편리한 점도 있지만 현재 1천원짜리로 최대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담배인삼공사의 '디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최대 목적”이라며“14개들이를 앞으로 주력제품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이 조치의 발단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지난해 상반기 국내 담배시장은 디스(당시 9백원)와 오마샤리프(당시 1천원)로 양분됐고,외제담배로는 필립모리스의 말버러(당시 1천원)가 국내의 반일(反日)분

위기 덕분에 마일드세븐을 제치는 약진세를 보이고 있었다.오마샤리프는 디스보다 뒤늦게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96년 3월 디스를 추월하고 6월에는 9천6백85만갑이 팔려 국내 최대 판매제품이 된 단계였다.

그러나 7월1일부터 담배소비세인상(교육세 추가)으로 한갑당 약2백원의 인상요인이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필립모리스는 그동안의 인상요인을 포함해 말버러(말버러 라이트 포함)가격을 1천3백원으로 책정했고,담배인삼공사는 오마샤리프를

1천2백원,디스를 1천원으로 각각 책정했다.디스에 대해 1백원밖에 올리지 않은 것은 1천원짜리 지폐의 간편성을 갖도록 함으로써 이 기회에 1천원을 모두 넘어서버린 양담배들을 완전히 꺾어버리겠다는 판단에서였다.실제로 담배인삼공사는 이

때부터 디스의 품질을 개선해 주력제품으로 내세웠고,이같은 예상은 적중했다.

월평균 1천5백만갑이상 팔리던 말버러가 7월이후 절반이하로 뚝 떨어졌다.오마샤리프도 절반가까이 떨어졌지만 대신 디스가 사재기물량이 소진된 8월부터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해 9월부터 월1억갑선을 넘었다.

이같은 추세는 그대로 이어져 지난달 디스는 1억3천5백70만갑,오마샤리프는 4천8백15만갑을 기록했고,말버러는 다소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1천1백60만갑에 그쳤다.

이와 관련,업계 전문가들은“1천원짜리 담배가격은 편리하다는 점외에도 껌값은 1백원,담뱃값은 1천원하는 식의 관습가격으로 작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1천원이상의 가격에 저항하게 된다”면서“필립모리스의 이번 조치는 마케

팅 측면에서 국내 담배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담배인삼공사측은“한달전에 정보를 입수해 현재 파장을 분석하고 있다”면서“파급력이 클 경우 14개비 들이 담배포장기계를 외국에서 들여와 1천원짜리 14개비 들이 오마샤리프등으로 맞대응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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