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대출외압 실체엔 접근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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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보청문회에서 특위위원들이 일관되게 초점을 맞추는 대목중 하나가 특혜대출과 외압 여부다.

8일 손홍균(孫洪鈞)전서울은행장과 김종국(金鍾國)전한보재정본부장을 출석시킨 청문회에서도 의원들은 이 부분을 집중 거론했다.대출외압 유무는 정치권력의 개입 여부와 직결되고 이는 정치자금,나아가 대선자금의 의혹을 푸는 고리가 된다는 점에서다.

결론적으로 전날 정태수(鄭泰守)씨에 이어 이날도 이 궁금증은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전날 정태수씨가“홍인길(洪仁吉)의원만 하늘 같이 알았다”고 한 답변에서 진전된 게 없었다.

金전본부장은 부동산매각등 자구(自救)계획이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는데도 은행들이 계속 대출해 준 이유를 은행 탓으로 돌렸다.그는 이사철(李思哲.신한국)의원이“93년 4천8백억원에서 96년 3조6천억원으로 연 1조원 이상 대출이 계속

된 이유”를 묻자“은행들이 대출이 시작되고 난 뒤 끊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그는 담보부족에 대해서도“은행대출은 사업성등을 보고 이뤄지지 담보는 2차적”이라고 했다.

95년6월 한보가 제일은행으로부터 2천5백억원의 융자까지 받아 내며 단돈 3백12만원에 유원건설을 인수한 것도 마찬가지였다.金전본부장은 오히려“한보가 거꾸로 제일은행에 특혜를 줬다”는 논리까지 동원했다.그는“제일은행은 당시 인수기

업을 빨리 결정하지 못하면 연말결산에서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절박한 처지에 있었다”며“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융자액을 5천억원 요구했으나 鄭총회장이 비자금사건으로 구속되는 바람에 절반인 2천5백억원만 융자받기로 했다”고 했다.그는“은

행장 상대는 鄭총회장이 직접 했다”며“洪의원 이외에 다른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孫행장에 대한 질의에서도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이나 외압은 밝혀 낼 수 없었다.지난해 11월 수뢰혐의로 구속된 孫행장은 서울은행장 재직 당시 한보 대출 중단결정을 내린 장본인.그후 그는 구속됐고 한보 주거래은행은 서울은행에서 제

일은행으로 바뀌었다.

의원들이“대출을 줄인 뒤 홍인길씨나 경제수석으로부터 압력은 없었느냐”고 묻자 그는“없었다”고 부인했다.“정태수나 권력층의 대출청탁을 받고도 대출을 줄이는 바람에 괘씸죄로 감옥에서 고생하는 게 아니냐”는 유도질문에도“내 잘못”이라고

만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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