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비자금 관련 김종국씨 신문 - 1조3천억 향방 추궁 진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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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보특위는 8일 청문회에 나온 김종국(金鍾國)씨를 상대로 한보의 비자금을 추궁했다.金씨가 한보의 재정본부장을 3년간 맡아온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핵심 측근이었기 때문이다.한보의 자금과 경리를 담당한 그가 입을 열 경우 한보가 빌린 돈을 제철소 건설에 쓰지 않고 빼돌린 내역이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 의원들의 판단이었다.

현재 시중에 떠도는 비자금 규모는 1조7천억원에서 1조2천억원까지 다양하다.이날 청문회에서 일단 확인된 차액은 1조3천여억원이다.우선 金씨는 빌린 돈에 대해“순여신은 5조원”이라고 밝혔다.金씨는 의원들의“1,2차 당진제철소 건설에

3조7천여억원이 들어갔다는 전문가들의 진단결과가 맞느냐”는 질문에도 수긍했다.

다음엔 차액의 행방에 대한 공방이 전개됐다.특히 鄭총회장이 멋대로 쓴 돈에 대해 질문이 집중됐다.이 돈에 정.관.금융가등을 상대로 한 로비자금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상수(李相洙.국민회의)의원은“1조3천억원 가운데 당진철강 공사 시작전부터 안고 있던 부채상환에 들어간 4천억을 제외하면 나머지가 9천억원”이라며“이중 이자로 지출된 4천6백억원을 빼면 나머지 4천4백억원이 운영자금이지 않은가”고

물었다.이 부분이 비자금 아니냐는 추궁이었다.그러나 金씨는 이를 부인했다.“한보철강과 ㈜한보.한보에너지등이 매월 5백억원정도의 적자를 보았고 이를 은행차입으로 갚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철(李思哲.신한국)의원이“당진제철소의 노무비등 공사비를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차액이 鄭총회장의 개인회사인 한보상사로 넘어가게 하지 않았느냐”고 비자금 조성의 구체적인 방법을 들어가며 행방을 추궁했다.이에대해 金씨는“그랬다

”면서도“운영자금등이 있어 1조3천억원 전부를 비자금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고 주장했다.

다만 金씨는 이날 이규정(李圭正.민주당)의원의 추궁에 鄭총회장이 현금으로 빼간 돈과 ㈜한보에 대한 공사비 미지급금이 비자금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金씨는“鄭총회장이 1주일에 3억원 정도씩 94년에 2백억원,95년에 4백억원,96년도에 3백50억원등 1천88억원을 한보상사의 대여금 형식으로 가져갔고 이 대여금을 갚은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결국 행방불명의 돈은 일부 의원이 주장하는 4천4백억원에서 金씨가 인정하는 2천억원 사이에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했다.

그는 이인구(李麟求.자민련)의원이“공금(公金)을 사금(私金)화하려는 鄭총회장의 무리한 명령을 말렸지만 듣지않았고,끌려다니다 신세망쳤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느냐”는 질문에“맞다”며 괴로운 처지를 토로했다. 〈김교준 기자〉

<사진설명>

국회 한보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이틀째인 8일 서울구치소 본관 앞에서

TV생방송을 진행하는 방송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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