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100년사>9. 테이프 레코딩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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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934년 베를린에서 열린 라디오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인 테이프 레코딩은 47년부터 방송과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널리 사용됐다.그후 방송용 녹음이나 레코드 제작을 위한 마스터링에서 테이프가 각광받기 시작했다.금속가루를 입힌 종이테이

프에 자기(磁氣)를 가한 테이프 레코딩은 1898년 덴마크인 발데마르 풀센이 발명한'텔레그라폰'이 그 효시다.테이프 레코딩의 장점은 조작이 간편할 뿐만 아니라 녹음시간이 길고 편집도 용이하다는 것.동시에 여러개의 트랙을 녹음해 믹싱

도 가능해져 한 사람이 시차를 두고 여러개의 악기를 따로 연주해 녹음한 다음 합주처럼 들리게 하는'원맨 밴드'도 출현하게 됐다.

마스터 테이프에 녹음한 다음 이를 대량복제하는 시스템은 20세기 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당시에는 연주자가 제품에 직접 녹음하는 것이어서 마스터링이라는 개념이 없었다.저명한 베이스 바리톤 피터 도슨이 그의 자서전에서 밝

힌 1904년의 첫 녹음 광경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그는 3개의 선반에 4개씩 설치된 나팔에 대고 노래를 부르면 한번에 12개의 음반을 만들 수 있었다.그래서 그는 매일 6시간씩,매주 5일 동안 같은 노래를 불러야 했다.

40년대부터 가정용 테이프 녹음기가 보급되면서 집에서 라디오 방송을 테이프로 녹음하는 일이 빈번해졌다.하지만 음질 면에서는 LP에 훨씬 못미쳤다.

간편한 녹음이 가능해짐에 따라 비(非)서구음악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바르토크와 코다이는 녹음기를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헝가리 민속음악을 채집한 다음 나중에 악보로 옮겼다.

60년대 초부터는 쉽게 손상되는 테이프의 속성상 플라스틱 박스에 넣어 간편하게 운반할 수 있는 콤팩트 카세트와 카트리지 테이프가 등장했다.63년 필립스사가 카세트 테이프를 시판하기 시작했고 버스나 트럭용으로 갈아끼울 필요없이 계속 음악이 흐르는 카트리지 테이프가 인기를 끌었다.

<사진설명>

63년 첫선보인'카세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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