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기입맛 변해 - 비프스테이크 대신 닭.돼지고기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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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하면 떠오르는 것중의 하나가 비프스테이크다.

그런데 그 비프스테이크가 미국인들의'입맛'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미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민 한사람이 1년간 먹은 쇠고기는 75년 이후 94년까지 23%나 줄어들었다.같은 기간 닭고기는 무려 88%,돼지고기는 28%씩 소비가 늘어났으니 쇠고기 전성 시대는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 소비되는 쇠고기의 약 58%는 햄버거.피자에 들어가는'다진 쇠고기'지,스테이크의 두툼한 모습을 뽐내는'순수 쇠고기'가 아니라는 통계도 있다.쇠고기 자체를 찾는게 아니라 햄버거.피자를 찾다보니 쇠고기를 먹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분석들도 흥미롭다.우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는 건강상 이유로 스테이크를 외면한다는 상식적인 분석이 있다.야채.과일주스 소비가 30% 늘어나고 커피 소비가 33%나 줄어드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닭고기.돼지고기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콜레스테롤 때문이라는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 미국에서는 쇠고기 값도 싸지만 닭고기.돼지고기 값은 더 싸다.70~96년 쇠고기 값은 32% 떨어졌지만 닭고기 값은 42%나 내려갔다.'싼 고기'가'비싼 고기'를 대체했다는 냉정한 경제현상이 건강에 대한 고려보다 더 힘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 것이 가격.품질 요인 때문이라는 경제원론적 분석.미국 정부는 쇠고기에 대해'1등육'부터'보통육'까지 4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닭고기에 대해서는 등급제없이 업체 스스로의'상표'로 경쟁하게 하고 있다.결국'질(맛)'로 승부하는 닭고기가'양(무게)'으로 돈버는 쇠고기를 제치고 있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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