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아이템] 비싼 옷보다 뽀송뽀송 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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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I의 얼티미트 리바이벌 크림(左), 크리스트 마린의 울트라 리시 리프팅 앤 퍼밍 크림.

며칠 전 아침, 집 밖을 나서는데 기분이 나쁠 만큼 얼굴이 당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닥친 한파 때문이었을까요. 그렇다고 머플러로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다닐 수는 없어 부리나케 사무실로 들어와 거울을 봤죠.

연일 계속되는 술자리 때문인지 얼굴이 부은 것 같기도 하고 살이 살짝 오른 것 같기도 하더군요. 무엇보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포장지에서 꺼낸 지 오래돼 말라 버린 비스킷처럼 푸석푸석한 살결이었습니다.

바셀린만큼 진득한 크림으로 얼굴을 덮고 한숨 푹 자면 아기 엉덩이 같은 피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는 기분 좋은 장미향에 윤기가 풍부한 ‘얼티미트 리바이벌 크림’을 손바닥 위에서 살짝 녹여 얼굴에 발랐습니다.

배가 고프면 일에 집중할 수 없는 것처럼 이런 날은 옷이나 액세서리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죠. “뭐든 있을 때 지켜라!”

누군가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아이크림이 진짜 효과가 있어요? 영양크림이 진짜 피부에 영양을 주나요?” 피부 전문가도 아닌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런 생각은 해 봤습니다. 주름이 알아서 없어지고 피부가 저절로 촉촉해지는 방법이 있을까?

사실 스킨케어 화장품을 쓰는 이유는 직접 효과도 있지만 정신적 만족감과 안정감을 얻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도 좋아지니까요. 브로치나 귀고리·목걸이·하이힐 같은 패션 액세서리들도 좋지만 좀 더 길고 다양하게 아름다움의 순간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스킨케어 제품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값비싼 100벌의 티셔츠보다는 아름다운 머릿결이나 뽀송뽀송한 피부 쪽을 고르지 않겠어요? 그 티셔츠들을 다시 팔 생각이 아니라면.

며칠 후면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새해가 밝고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됩니다. 그 억울함을 마지막 남은 희망 ‘피부 보습’으로라도 달래 보려 합니다.

하상백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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