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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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옥정아,아직도 너의 아버지 학교 대통령 하고 있니?”

그러면서 도철이 원피스 사이로 드러난 옥정의 허연 허벅지를 흘끔 훔쳐보았다.그러자 옥정이 빵을 손에 집어든 채 벌떡 일어나 팔을 내뻗으며 구호를 외치듯이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입 속에 빵 조각이 남아 있어 소리가 크게 나오지는 않

았다.

“대통령 물러가라! 대통령 물러가라!”

“대통령 물러가라?”

도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옥정의 아버지가 퇴직이나 파면당한 교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도철이 다시 지하방문을 잠그고 비트로 돌아오니 다른 단원들은 전봇대에 올라가 있는 전공,혹은 유선방송국 직원이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지 벽쪽으로 모여 앉아 수군거리고 있었다.

“준우가 말이야,대명이,길세도 과외비를 과외 선생에게서 돌려받으라고 했는데 말이야,대명이 너,얼마쯤 돌려받을 수 있을 것같아?”

길세는 주유소 아르바이트하러 나가고 없었으므로 기달이 대명에게 물었다.

“글쎄,고등학교 들어와서만 따지면 영어 과외선생 한 명에다가 수학 과외선생 두 명,국어 과외선생 한 명,도합 네명에게 1억원 정도 바쳤나?”

“억?”

단원들이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억 단위로 넘어가는 것 간단해.과목당 과외비가 적어도 백오십만원이라고 치면 세 과목에 사백오십만원이잖아.일년이면 사십오 곱하기 십이,오천사백만원.이년이면 일억팔천만원.2학년 중간까지 계산하면 일억까지는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학

과외도 한 적이 있으니까 이래저래 그 정도 된다 이거지.”

“그 과외선생들한테서 몽땅 뜯어내면 한 밑천 톡톡히 벌겠다.우리의 계획을 추진하는 자금이 되겠다 이 말이야.우리가 뭐 유흥비로 날리려는 것도 아니고.”

기달의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

“유흥비로 좀 쓰는 것도 어때? 우리도 스트레스를 풀어가면서 니키 마우마우의 세계를 건설해나가야 할 거 아냐.”

용태가 거드름을 피우며 동의를 구하는 얼굴로 단원들을 둘러보았다.단원들은 그저 가볍게 한번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정치가들이 정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골프를 치는 거랑 우리가 디스코텍에 가서 디스코 좀 추는 거랑 뭐가 다르냐 말이야?”

용태의 말에 도철이 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제안을 하였다.

“오늘 우리 디스코텍에 놀러 갈까?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호스트바 위층에 네온 간판으로 따지면 아마 세계에서 제일 클 디스코텍이 있다구.우리나라는 어디까지나 간판 나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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