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면 고요 … 소음 먹는 눈송이 덕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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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는 보통 1.5㎝ 이하=눈의 결정은 너무 작아 맨눈으로는 볼 수 없다. 그렇게 많은 눈이 내려도 같은 구조의 결정은 없다. 60억 인구 중 같은 사람이 없듯 눈의 결정도 그렇다.

22일 폭설이 내린 강원 강릉지역. 눈의 결정은 모두 다른 형태이며, 눈을 녹이면 그 높이의 평균 10분의 1에 해당하는 물이 생긴다. [중앙포토]


이 때문에 눈의 결정 형성 과정은 많은 과학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 영국 맨체스터대에는 섭씨 영하 30~50도까지 냉각할 수 있는 특수 실험실을 만들어 온도와 습도 등에 따라 어떻게 눈의 결정이 형성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저온 실험실에 압축공기를 넣어 눈 결정이 만들어지도록 함으로써 자연 상태에서 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흉내 내는 것이다.

캘리포니아공대 케네스 리브렉트 박사는 눈 결정의 형태가 습도와 온도에 크게 영향받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영하 0~3도이고 습도가 낮으면, 얇은 6각 판형이 주로 만들어지고, 영하 3~10도에서는 막대형 결정이 주류를 이룬다. 온도가 더 내려가고 습도가 많을수록 6각형에 고사리 잎처럼 아름다운 가지를 단 결정이 만들어진다. 아주 추운 날이 되면 다시 6각형 판 형태와 막대형이 나타난다.


눈의 골격은 처음 6각형 판 형태였다가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점점 가지가 붙어 다양한 형태로 변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여러 개의 눈 결정이 붙어 떨어지는 눈송이는 보통 1.5㎝ 이하다. 그러나 5~10㎝짜리도 드물게 관찰된다.

◆평균 10㎝ 높이 눈 녹이면 1㎝ 물 생겨=어깨에 살짝 내리는 눈은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몇 십㎝의 눈이 쌓이면 달라진다. 그날의 눈의 질에 따라 무게가 만만치 않다. 보통 10㎝ 높이의 눈을 녹이면 1㎝의 물이 생긴다.

그러나 습기를 많이 포함한 눈(습설)은 사정이 다르다. 이럴 경우 두세 배의 물이 생긴다. 그러나 풀풀 날리는 ‘마른눈(건설)’의 경우 20㎝를 녹여야 1㎝ 높이의 물을 얻을 수 있다. 비닐 하우스가 폭설에 주저앉는 것은 이런 무게와 바람의 영향 때문이다. 무거운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상태에서 바람이 불면 힘의 균형이 깨져 더 잘 주저앉는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지 않으면 겨울 가뭄의 원인이 된다. 또 이듬해 저수량이 적어 농사에 영향을 준다.

눈은 밤을 고요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내리는 눈이 주변의 소음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눈송이와 그 속의 빈 공간이 흡음제 역할을 한다.

◆눈사태는 밑의 균열 탓=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 연구팀은 최근 눈사태의 원인이 쌓인 눈의 밑바닥 균열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쌓인 눈의 밑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표면층의 눈이 미끄러지면서 눈사태를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눈이 겹층으로 쌓인 상태에서 어느 한 층이 미끄러지면서 눈사태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았다. 세계적으로 스키어들이 스키장이 아닌 야산에서 스키를 즐길 때 이런 눈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매년 많은 스키어들이 이런 눈사태로 희생된다.

에든버러대 요하임 하이어리 박사는 “야산의 낮은 경사라고 눈사태의 안전 지대는 아니다”며 “균열이 순식간에 전파돼 위쪽에서 눈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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