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7국' 조한승, 골인 직전에 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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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7국
[제7 (105~122)]
白.李世乭 9단 黑.趙漢乘 7단

지금의 경기는 조한승7단이 앞서가고 이세돌9단이 뒤를 쫓고 있다. 쫓는 자가 강하므로 앞서가는 자는 불안하다. 107과 108의 교환을 해놓고 조7단은 문득 수는 흑이 냈는데 수확은 백이 거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계산을 해본다. 여전히 좋다. 분명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더이상 추격당하면 위험하다는 위기감이 자꾸만 강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쭉 선수를 하더니 113으로 날아들었다. 맛이 나쁘니까 하나 받으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추격의 기회를 노리며 숲속의 맹수처럼 눈을 번득이고 있는 이9단이 이런 곳을 받아줄리 없다. 그는 당연히 114의 최대 요소부터 선점한다.

114. 참으로 크고 맛좋은 곳이다. 조7단이 진정 우세를 확신했다면 '참고도'흑1로 바로 갔어야 옳다. 3까지 중앙을 두텁게 차지하면 A~E까지 다섯곳의 끝내기가 남지만 어떤 수순이든 흑이 이기는 코스였다. 실전의 113은 하나 받아주면 그때 가려고 했지만 이게 욕심이었다. 그 수가 종반 대변화의 서곡이었다.

114가 놓이고 중앙이 엷어지면서 슬슬 변화의 뭉게구름이 일기 시작한다. 조7단은 실리를 좇아 117을 뒀고 이9단은 118로 중앙을 두텁게 하며 힘을 모은다. 바로 이 무렵 최대의 문제수인 119가 등장했다. 선수라고 믿으며 쑥 들어갔으나 함정에 빠진 수. 이9단은 기회가 왔음을 직감한다. 그는 120으로 끊고 122를 붙여 아슬아슬한 역습을 개시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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