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황 때 범죄 늘어 … 소외층에 관심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범죄심리학자들은 “경제위기 때 연쇄살인 등 흉악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고립된 채 사회에 대한 복수심을 키우는 사람이 없도록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적인 범죄심리학자인 곽대경(동국대)·이수정(경기대)·이윤호(동국대)·표창원(경찰대)·홍성열(강원대) 교수와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서울지방경찰청 권일용 경위에게 다수살인의 특성과 예방책을 물은 결과다.

전문가들은 우선 경제위기가 흉악범죄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타인을 향한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 교수는 “IMF 외환위기 때는 모두 어려웠지만 ‘금 모으기’로 한마음이 됐다. 지금은 양극화가 심화돼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수정 교수도 “최근 대형 살인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포심이 확산되면서 타인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올해 초 ‘혜진·예슬양 사건’ 이후 대다수 학부모가 하굣길에 아이들 마중을 나가고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신드롬이 벌어졌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런 공포심이 단순 노무자나 전과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경계·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표창원 교수는 “사회 전체가 자신을 비하하고 소외시킨다고 느끼다 보면 결국 사회에 대한 복수심으로 발전해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일용 경위는 “범죄자는 사회에서 고립될수록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행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 전체를 상대로 계획적이고 가학적인 범죄행동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량·연쇄살인범들이 사회통념과 달리 정신질환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사건의 김대한(2004년 복역 중 사망)의 경우도 처음엔 정신질환자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한 2급 장애인이었다. 유영철도 재판 과정에서 아버지와 형이 유전성 간질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보호관찰기관의 정신감정 결과에서 유영철·정남규·정성현(혜진·예슬양 살해범)의 경우 모두 정상으로 나타났다. 홍성열 교수는 "다만, 이들은 심한 외톨이에 ‘반사회적 성격장애(사이코패스)’ 성향은 높았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들에겐 수사기관을 가지고 노는 재미, 능력에 대한 과신, 완벽주의 등이 공통적으로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교수는 “사회를 보는 시각이 비뚤어져 다른 사람 탓을 하면서 그들에 대한 범행을 합리화하는 공통점도 있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상기(연세대 법대 교수) 원장·박형민 부연구위원, 중앙일보 정효식·박유미 기자

[J-HOT]

▶ "한국제가 일제보다 처지는데…코리안 뻐기듯"

▶ "해준게 뭐있나 한국을 보라"에 佛 대사 깜짝

▶ "아무리 일 잘해도 한 잔만 하면 동료와 싸우니…"

▶ '모유 먹이는 사진'이 노골적 포르노 장면?

▶ 써도 써도 끝없는 무한자원…'동해 노다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