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매니저>조직 살빼기 선언 AT&T 존 월터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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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 최대 통신업체인 미국 AT&T의 존 월터(50.사진) 대표이사.

지난해 10월말 로버트 앨런 회장이 자신의 뒤를 이을 새 사장에 그를 지목하자 회사 안팎에서는 실망과 불신의 소리가 터져나왔다.AT&T의 5분의1에도 못미치는 규모의 인쇄회사 도넬리에서만 일해온 그가 거대하고 변화무쌍한 통신업계에서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그런 실망감은 그가 사장으로 지명된 날 AT&T 주가가 일거에 4.5%나 폭락한 것으로 표출됐다.파격적인 외부인사 기용에 대한 반발로 리처드 밀러 재정담당 대표등 핵심간부들도 줄줄이 회사를 떠나

버렸다.

그러나 그가 맞닥뜨린 더 큰 문제는 미국의 통신시장 개방으로 인한 회사의 시장지배력 약화에 있다.최대 경쟁자가 된 영국 브리티시 텔레콤이 미국 MCI를 인수,미국시장 진출에 본격 나섰고 미국내 지역전화업체들도 잇따라 장거리 전화시

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AT&T의 미국내 장거리전화부문 시장점유율은 95년 56%에서 지난해 54%로 떨어졌다.

이처럼 내우외환이 겹친 상황에서 월터사장은 최근 투자자를 비롯한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위기에 처한 회사경영을 회생시키기 위한 처방전을 내놓았다.

그가 파악한 AT&T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회사의 비전등 기본적인 전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비대화에 따른 부서간 협력부족과 비효율성에 있다는 것.

따라서 우선 비용절감을 위해 중복되는 사업부문을 통폐합하고 불필요한 인원을 대폭 줄이는 조직개편 작업을 곧 시작할 방침이다.또 손익개념에 바탕을 둔 책임경영을 정착시킨다는 방침아래 유능한 외부인사를 발탁해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기

존의 스톡옵션 제도도 중간 관리자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월터사장은 통신업계의 문외한인 자신의 경영능력을 여전히 의심하는 임직원들에게 컴퓨터업계의 문외한으로 출발,신화를 이루어낸 IBM의 거스너회장을 빗대며 회사도약을 위한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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