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사조직 총동원 여론 뒤집기 기도 - 청문회 대응 메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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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현철(金賢哲)씨측이 청문회 대응전략을 추진했던 메모는 그간 설(說)로만 나돌던 현철씨 사조직과 인맥의 치밀한 현안대응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흡사 중대상황을 맞아 분야별'위기관리'에 돌입한 정부나 청와대의 대응방식을 방불케 할 정도여서“과연 소산(小山)식”이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문서 내용의 핵심은 현철씨 심복 박태중(朴泰重)씨측이 현철씨의 사조직.참모를 대거 동원,사회 각계인사에 대한 역(逆) 여론공작을 시도했던 게 골자.

특히 현철씨의 정보수집.언론대책팀으로 알려진'광화문팀'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광우회'의 적극 가동을 통해 대통령(P)에게 간접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광화문팀의 일부는 현재도 청와대 내에서 근무중인 것으로 알려

져 그 연계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원내외.언론계에 대한 작업을 통해 대통령에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꾀하고 있어 여론과 대통령의 기울어진 결심에 뒤집기를 시도했었음이 밝혀졌다.

이는 현철씨가 그간 정.재계,관계는 물론 YTN 인사등에서 보듯 언론계까지 심어놓은 각계 인맥을 풀가동하려 했다는 구체적 물증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철씨측은 나아가 문인과 학계의 경우 K대 徐모교수,재외는 시사평론가 高모씨등을 동원하고 민주계 좌장격이었던 최형우(崔炯佑)의원의 참모 尹모씨까지 움직여야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내각 또는 청와대 비서실의 영역별 직제를 모방한'맨투맨 대응'방식인 셈이고 국정조사 특위 명단과 분야별 주요인사 명단까지 확보토록 하는 치밀함도 드러냈다.

야당에의 맞불등 반격논리를 마련한 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와 장남 홍일(弘一)씨,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에 대한 모든 설을 총동원,증인채택을 요구하는 맞불작전을 꾀했던 대목이다.

특히 현철씨 측근으로 알려진 민주계의 청와대출신 K모의원이 최근까지 김홍일씨에 대한 각종 반격자료를 준비,당의 원내지도부와 상의했던 사실로 비춰볼 때 이 구상이 한갖 도상(圖上)연습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이 문서는 현철씨의 각종 비리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와'청문회 출석'이 대세로 기울어지자 결국'사문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훈 기자〉

<사진설명>

김현철씨의 측근 박태중씨가 작성한 후 폐기처리하려 했던 문서와 메모.현철씨의 국회특위 출석과 박경식씨의 폭로등에 대처하는 방안이 현철씨와 가까운 사람의 이름들과 함께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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