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꿈나무>5개 중.고 연합동아리 '흥사단 191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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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종로구연건동 서울대병원 뒤쪽 골목 한켠에 자리잡은 제일 생명의 집.백혈병 어린이와 그 가족들이 잠시 머무는 쉼터이자 숙박시설이다.

이곳을 찾아오는 백혈병 어린이와 그 가족들은 병마와 싸우는 일이 너무 고통스러운지 웃음을 잃어버린지 오래다.그러나 매주 토요일 오후2시가 되면 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반가운 손님들이 들이닥친다.대동상고.덕성여고등 5개 중.고생

20명으로 이뤄진'흥사단 1913'동아리 회원이 그들이다.동아리 이름'1913'은 흥사단이 창립된 해에서 따왔다.

이들 회원은 격주로 나뉘어 이곳을 찾으며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이중에서도 대동상고 3학년 이효준(李孝俊.18).최명기(崔明基).신용태(愼鏞太)군과 2학년인 홍석현(洪錫鉉.17)군등 4명이 가장 열성적이다.

지난해 7월 자원봉사활동 의무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일'이었지만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학생들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웃옷부터 벗어부친다.방정리,유리창닦기,변기청소,계단 물걸레질등 일을 나눠 1시간 남짓 구슬땀을 흘린다.

백혈병 어린이들은 저항력이 약해 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항상 청결한 상태에서 생활해야 한다.따라서 청소는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다.5명뿐인 사무국 직원들은 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것만해도 시간이 빠듯해 청소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일을 李군등 네 학생과'흥사단 1913'회원들이 도맡아 하는 것이다.이 집의 특성상 청소를 하더라도 먼지가 나지 않게,조용히 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이들 학생은 청소가 끝나면 백혈병 어린이들과 친구가 돼 놀아준다.낯선 사람을 무척 꺼려하는 백혈병 어린이들이지만 이들 학생과는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손꼽아'형아'들을 기다리는 이들이 친동생들보다 더 보고 싶어 李군등은 봉사날을 한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오히려 1주일에 두세번이라도 오고 싶다고 할만큼 네 학생은 제일 생명의 집 자원봉사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고교를 졸업한 후에도 이들 네 학생은 백혈병 어린이들과 계속 우정을 쌓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진 기자〉

<사진설명>

이효준.최명기.신용태.홍석현(왼쪽부터)군등 대동상고 학생들이 제일생명의 집에서 청소봉사를 마치고 백혈병 어린이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이를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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