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제일제당, 조미료 판매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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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푹 고은 국물맛.우리나라 어떠한 음식에도 어울립니다.”(미원 청정원 진육수)

“쇠고기 육수맛을 그대로 내는 육수전용 조미료입니다.”(제일제당 진국육수)

최근 소비자들은 슈퍼매장의 조미료판매대에 붙여진 포스터들을 보거나 판촉사원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똑같은 육수조미료제품인데 왜 미원과 제일제당은 제품 사용처를 서로 각각 다르게 내세울까”라는 점이다.

더 나아가“제일제당도 미원처럼 어떠한 음식에도 맞는다고 하면 더 많이 팔릴텐데 왜 육수전용이라고만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이유는 이들 라이벌의 서로 다른 판매전략 때문이다.미원의 청정원 진육수는 분말조미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일

제당의 다시다제품들을 원격겨냥한 전략상품이다.

국내의 전통적인 조미료였던 미원이 80년대부터 다시다의 등장으로 사양길에 접어들고,다시다의 경쟁제품으로 내놓은 맛나 또한 후발제품의 한계를 못넘고 고전하는 상황에서 미원은 지난해부터 다시다와는 완전히 색다른 제품으로 조미료시장의

실지회복을 노려왔다.천연원료인 쇠고기를 푹 고아 만든 액체조미료,즉 청정원 진육수를 등장시킨 것이다.

제품이미지를 위해 진육수라는 상표명을 쓰지만 사용처는 단순히 냉면육수 따위가 아니라 각종 국과 탕.찌개요리등 조미료가 사용되는 대부분의 음식들이다.어떠한 음식에도 어울린다는'다용도 전략'으로 결국 최대판매 조미료인 다시다를 공격하

려는 것이다.

제일제당이 내놓은'진국육수'는 이러한 전략으로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오고 있는 미원의 진육수로부터 다시다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방패막이 상품'이다.

어차피 진국육수가 진육수를 따라잡기에는 이미 늦은 후발 유사제품이기에 이 제품은 많이 팔리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다시다 대신 미원의 진육수를 선택하지 않게 막는 것이 주목적이다.

판매장에 쓰인“다른 음식에는 넣지 말고 육수만들때만 사용하세요”라는'이상한'판촉문구 속에는“옆에 있는 미원의 진육수도 나와 똑같은 제품이니 육수만들때만 쓰세요”라는 간접주장이 숨어있는 것이다.

현재 제일제당이 주요 슈퍼의 모든 조미료 판매대에 미원의 진육수 바로 옆에 진국육수를 진열하고 다시다는 멀리 배치해 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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