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철강 부도파문 재계에 남긴교훈-부도 중소기업 전유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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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그동안 괄목할만한 매출증가(4천억원에서 1조원)에도 불구,과다한 금융부담으로 손실이 누적돼 회사의 부채비율이 89년 1백32%에서 96년 8백60%로 크게 악화됐다.”

김현배(金顯培)삼미그룹회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얼마전 본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물건을 못만들었거나 장사를 잘못해서라기보다는 분에 넘치는 투자로 인한 빚때문에 망하게 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삼미특수강은 지난해 8천6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에선 1백69억원의 이익을 냈었다.그러나 차입금 이자등 금융비용부담이 1천4백85억원에 달했다.결국 1천2백억원의 적자를 내야했다.

이 회사는 이런 식으로 91년이후 5년동안 내리 적자를 냈다.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내도 빚갚기에 바빴던 것이다.

“삼미 부도는 예견된 것이다.빚이 많으면 쓰러진다.덩치 키우기보다는 회사가 살아남는게 급선무다.”

한보에 이은 삼미 부도사태를 보고 재계가 받은 충격이다.

“빚이 늘면 금리부담은 더 늘어납니다.빚많은 기업엔 금융기관들이 돈을 잘 안빌려주려 하니 자연히 고리.단기의 악성자금까지 끌어다쓸 수밖에 없지요.”

대기업 자금담당 임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삼미의 경우에도 금융권이 대출을 외면하면서 악성부채가 늘어 최근에는 연리 13%이상 채무가 전체 차입금의 43%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미그룹은 총자산 2조4천7백20억원중 자기자본은 7백24억원으로 자기자본 비율이 2.9%에 불과하다.30대그룹중 가장 낮다.우리나라 특수강업계의 부채비율은 현재 6백90%에 달한다.이는 국내 제조업 평균 3백2%는 물론 일본 특

수강업계의 1백73%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정부는 부실기업을 자연도태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이젠 부도 위기에 몰리면 기댈 언덕도 없다.

“어느 기업이나 망할 수 있다.부도는 중소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보에 이어 삼미 부도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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